[연합이매진] ③ 밀라노, 과거·미래 함께 숨 쉬는 도시

입력 2018-06-09 08:01  

[연합이매진] ③ 밀라노, 과거·미래 함께 숨 쉬는 도시

(밀라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이탈리아 북부의 밀라노는 세계적인 패션 중심지이자 두오모 성당, 스칼라 극장, 스포르체스코 성 등 유서 깊은 건축물이 즐비한 곳이다. 최근 독특한 건물이 들어서며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는 포르타 누오바(Porta Nova)도 밀라노에 있다.
루가노에서 기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밀라노는 이탈리아 북부의 최대 도시다. 중세와 현대의 웅장한 건축물이 도시를 장식하고 패션 도시답게 중심가 거리에서는 모델처럼 잘 차려입은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밀라노에서 가장 먼저 돌아본 곳은 밀라노의 주요 상업지구 중 하나인 포르타 누오바. '새로운 문'이라는 뜻으로 이 지역에 1810년 세워진 '네오클래식 게이트'에서 이름을 따왔다. 보행자지구로 유럽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고 한다.



가장 큰 볼거리는 이색적인 모양으로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빌딩들. 유니크레딧타워(231m)를 비롯해 팔라조 롬바르디아(161m), 피렐리타워(124m), 보스코 베르티칼레(112m, 80m) 등이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아름답게 한다. 이들 빌딩은 모두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손길이 묻은 작품들이다. 포르타 누오바 지역 중앙에는 이탈리아 여류 건축가 가에 아울렌티(1927~2012)를 기념하는 원형 광장이 있다. 아울렌티는 파리 오르세미술관 내부를 혁명적으로 바꿔놓은 인물로, 가구 디자이너로도 잘 알려졌다. 점심때면 이곳에서 일하는 직장인과 관광객은 광장 벤치에서 눈부신 햇볕을 쐬며 여유를 즐긴다.
이곳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물은 '수직 숲'이라고 불리는 보스코 베르티칼레. 112m와 80m 빌딩 두 동으로 이뤄져 있는 아파트로 빌딩 전체가 숲을 이루고 있다. 크고 작은 780그루 나무와 빌딩 표면을 뒤덮은 1만1천 개의 피복 식물, 5천 개의 관목이 빌딩을 빼곡하게 뒤덮고 있다. 태양광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사용한 물은 식물에 주어지는 친환경빌딩이란 점도 흥미롭다.



◇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축물 기행

포르타 누오바 남서쪽에는 웅장한 외관을 자랑하는 스포르체스코 성이 있다. 14세기에 처음 궁전으로 건축됐고 15세기에 방어를 위한 성채로 증축된 건축물로 한쪽 면의 길이가 180m에 달하고 성벽 두께는 7m에 이른다. 네 귀퉁이에는 원형 탑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15~16세기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비롯한 유명 예술가들이 성을 방어시설로 꾸미는 데 참여하기도 했다. 성문을 들어서면 광활한 정원 둘레를 2층 건물이 둘러싸고 있다. 현재 성은 박물관으로 사용된다. 주목할 볼거리는 미켈란젤로의 '론다니니 피에타'. 예수의 시신을 안고 슬픔에 잠긴 마리아를 묘사한 미완의 작품이다. 이집트와 선사시대 유물을 전시하는 고고학 미술관, 이탈리아 회화를 볼 수 있는 미술관도 있다. 성 주변 잔디밭에서는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버스킹 공연도 볼 수 있다.



스포르체스코 성 동쪽으로 고풍스러운 쇼핑가를 지나면 밀라노의 상징인 두오모(밀라노 대성당)가 모습을 드러낸다. 두오모는 집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로 이탈리아에서는 '대성당'을 의미한다. 가톨릭 성당으로는 성 베드로 대성당과 스페인 세비야 대성당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는 이 건축물은 너무 미려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벅차오르게 할 정도다. 미술사적으로 가장 조화로운 고딕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섬세하게 만든 조각과 부조, 경외하듯 솟은 무수한 첨탑 등 모든 것이 경이롭다. 수많은 조각 중 가장 유명한 것은 가장 높은 첨탑에 서 있는 '마돈니나'. 3천900장이 넘는 금박으로 덮여 있어 황금빛으로 빛난다. 성당을 마주하며 광장에 선 사람들은 한참을 바라보고도 쉽게 눈길을 돌리지 못한다.



◇ 흥미로운 스칼라 극장과 폴디 페촐리 박물관

두오모 왼쪽으로 세계적인 고급 브랜드가 입점한 십자 모양 아케이드 쇼핑몰을 거쳐 북쪽으로 가면 성악가들의 꿈의 무대인 스칼라 극장에 닿는다. 세계적인 오페라가 초연돼 전 세계로 퍼져나간 오페라의 성지이다. 외관만 보면 작고 초라해 조금 실망할지 모르지만 극장 내부는 유명세만큼이나 무척 화려하다. 2층 로비에서 이탈리아 출신 거장 지휘자 토스카니니의 두상과 인사를 나눈 후 관람석으로 들어가면 무대와 붉은색 객석이 한눈에 들어온다. 극장의 전체 모습은 마치 장미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는 듯하다.
극장을 돌아본 후에는 박물관을 돌아볼 차례. 1913년 설립된 박물관에는 이탈리아 오페라에 관한 모든 것이 전시돼 있다. '라보엠' '나비부인'을 만든 푸치니를 비롯해 베르디, 로시니,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 등의 초상화와 조각상이 전시돼 있고 오페라에 쓰이는 무대의상과 장신구, 책과 자료 등을 볼 수 있다. 박물관에서는 비디오로 오페라도 감상할 수 있다.
스칼라 극장에서 몬테나폴리오네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폴디 페촐리 박물관이 나온다. 미술품 수집가인 잔 자코모 폴디 페촐리 가문의 수집품이 전시돼 있는 곳이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대표 화가인 보티첼리의 '성모와 아기 예수', 베네치아 화파의 창시자인 조반니 벨리니의 '이마고 피에타티스', 마르틴 루터와 그의 아내 카타리나의 초상화 등 유명한 성화와 조각들, 바로크 시대의 화려한 금장 시계와 장신구, 나침반 등이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기사들의 갑옷과 창, 칼, 방패를 전시한 공간도 있다.



[취재협조] 이탈리아관광청(www.italia.it), 밀라노관광청(www.comune.milano.it)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8년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dkl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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