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과잉의전 제한 필요…상주직원 통로 등 불시점검 강화
"한진家 드레스 밀수 의혹 관련 자료 없어…회사물품 추가 확인해야"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관세행정을 혁신하기 위해 출범한 외부 자문기구가 사회지도층에 대한 입국장 휴대품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관세청에 권고했다.
일부 승객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통관 검사 체제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관세행정혁신 태스크포스(TF)는 30일 서울본부세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한진일가 밀수 의혹 관련 현장 점검결과 권고사항'을 발표했다.
TF는 최근 한진 일가의 밀수·탈세 의혹이 커짐에 따라 관세청의 협조를 받아 여행자 통관·공항감시 절차 등을 점검해 이번 권고안을 마련했다.
TF는 관세청에 사회지도층에 대한 휴대품 세관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고액 쇼핑 등을 위해 빈번히 출국하는 일부 계층은 특별 관리 대상으로 정하고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항공사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검사가 끝난 수하물을 대신 운반해주는 항공사 의전팀의 과잉 의전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항공사 의전팀이 의전 외에 다른 행동을 하면 즉시 퇴출하고 대리 운반 수하물에 대해서는 더 철저히 검사하도록 했다.
관공서 고위직이나 국회의원 등을 상대로 제공되는 공식 의전은 관련 근거가 담긴 법령을 개정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여행자 휴대품 검사율이 상당히 낮은 통관 체제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입국장의 휴대품 검사율은 1.8%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체제가 유지되는 한 낮은 검사율을 악용하는 불법 행위 가능성을 피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밀수 통로로 의심된다는 지적을 받았던 상주직원·초대형화물 통로 등에 대한 관리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상주직원 통로는 통로가 비좁고 전량 엑스레이 검사를 하고 있지만 담배·향수 등 소액 물품 위주의 밀반출 적발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상주직원 통로를 관리하는 공항공사는 밀수 단속 의무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 공항공사와 협의로 CCTV 영상 정보를 세관과 실시간 연계하고 불시점검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유관기관 협의체를 구성해 관세청이 직접 관리하는 안을 포함한 해법도 강구하기로 했다.
초대형화물 통로는 중대형 엑스레이·개장 검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일부에만 CCTV가 설치돼있고 영상 보존 기간이 짧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밀수 의혹이 제기됐던 조현아 대한항공[003490] 전 부사장의 명품 드레스 역시 수기 자료 보존 기간(3년), CCTV 영상 보존 기간(1개월)이 모두 지나 입증 자료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TF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초대형화물 반입 통로에 CCTV를 추가 설치하고 CCTV 영상 보존 기간도 확대하는 내용이 권고안에 담겼다.
항공기 부분품으로 총수일가의 물품을 밀반입했다는 의혹과 관련, 언론에 보도된 밀수 의혹 물품은 모두 실제 항공기 관련 물품이었고 일부 가구가 있었지만 관련 세금을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대한항공 명의의 수입신고 물품이 총수일가의 개인 용도로 사용됐는지 여부에 대한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특히 대한항공은 수출입안전관리 우수업체(AEO)로 지정돼있어 상대적으로 검사 지정률이 낮기 때문에 항공기 부분품 검사를 강화해 허위 신고 개연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세청은 대한항공의 AEO 취소 가능성에 대해서는 "관련 심의위원회를 열어 논의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기내식 보세공장 등 항공 물류 전 분야의 회사를 계열사로 운영하는 점을 고려해 항공사가 직접 운영하는 보세구역 반입 물품의 운영실태에 대한 불시점검도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YNAPHOTO path='PYH2018052200410000200_P2.jpg' id='PYH20180522004100002' title='뚜렷한 'KIP ITEMS'' caption='(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가 밀수한 것으로 추정되는 압수품. <br>tomatoyoon@yna.co.kr'/>
과거 법 위반 사례 등을 근거로 밀수 위험이 큰 항공사는 집중 관리하는 등 차별적으로 세관관리를 강화하는 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해외 보석·박람회 등이 열리는 도시에서 입국하는 승무원 등 밀수 위험이 큰 승무원에 대해서는 일제 검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관세청에도 항공사와의 유착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휴대품 담당 인력 등에 대한 고강도 인적 쇄신을 하고 인사 시스템도 혁신할 것을 주문했다.
또 엄정하고 신속하게 내부 감찰을 진행해 필요한 경우 고발 조치 등으로 확실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TF위원인 조수진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위원은 "세관직원과 항공사 간 유착 의혹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TF 회의가 열릴 때마다 엄정하게 감찰을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TF는 대내외 관세행정 환경 변화로 관행적으로 추진하던 업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위해 구성된 외부 자문기구로 지난해 10월 출범했다. 서영복 행정개혁시민연합 대표가 위원장을 맡고학계·연구기관·경제계 인사 등 14명의 위원으로 구성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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