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가 끝난 뒤 서면 브리핑에서 "앞으로 장하성 정책실장이 주도하여 관련 부처 장관들이 함께 경제 전반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회의를 개최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브리핑 내용이 알려지면서 정부 안에서는 장 실장이 경제정책 추진의 전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나중에 '장하성 정책실장이 주도하여'를 '장하성 정책실장과 관련 부처 장관들이 함께'로 바뀌긴 했지만, 경제정책 컨트롤타워가 누구인지에 대한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라고 밝혀왔다. 그래서 김 대변인의 원래 브리핑이 정부 입장과 결이 다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기획재정부 등 경제 관련 부처들이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이번 회의는 분배 양극화 심화의 원인을 분석하고 소득주도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늘어난 취업자가 2월부터 3개월째 10만 명을 조금 웃도는 최악의 '고용 쇼크'에 1분기 가계소득 양극화도 2003년 통계작성 이후 최악으로 치닫자 문 대통령이 긴급 소집한 것이다. 장 실장과 김 부총리 등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라인 장관·수석이 대거 참석해 대통령 앞에서 난상토론을 벌였다. 그만큼 이례적이고 중요한 회의였다. 그런 터라 회의 직후 나온 김 대변인의 원래 브리핑에는 청와대 의중이 반영됐을 것이란 추측이 많았다.
장 실장과 김 부총리는 최근 최저임금 문제에 다른 목소리를 내며 혼선을 빚었다. 장 실장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고용에 악영향을 준다는 의견에 "3월까지 통계를 가지고 여러 연구원이 분석한 결과 일부를 제외하면 총량으로 봐도 그렇고 제조업 분야에서 고용감소 효과가 없다는 것이 결론"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 부총리는 "경험이나 직관으로 봤을 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최저임금 속도 조절 필요성까지 거듭 언급했다. 경제팀 안에서 경제현상을 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지만, 청와대와 정부 경제팀 수장이 공개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경제정책 신뢰도만 떨어뜨린다.
장 실장을 경제정책 전면에 내세우는 듯한 모양새는 '보완하되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는 회의 결과와 연관된 듯하다. 최악의 고용부진과 분배 양극화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일각의 의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책 설계를 주도한 장 실장이 혼선을 최소화하면서 정책을 힘있게 추진하라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 같다. 다만 지난해 6월 정부 서울청사 김 부총리 집무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부총리가 경제 중심이라는 것을 알리러 왔다"던 장 실장의 종전 입장을 조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두 사람의 역할이 세밀하게 조율되지 않으면 큰 혼선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지금도 큰 경제현안이 있을 때 경제부총리 주재로 이를 조율하는 경제현안점검회의가 열린다. 이를 과거 정부에서 하던 것처럼 청와대 주도 회의로 되돌리는 것은 옳다고 볼 수 없다. 청와대가 조율은 하되 경제정책 수립이나 집행은 경제부총리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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