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현장 보고서] ④ 호찌민인사대 총장 "교수·교재 부족하다"

입력 2018-05-31 08:30   수정 2018-06-01 10:10

[한국학 현장 보고서] ④ 호찌민인사대 총장 "교수·교재 부족하다"
외국학 분야서 하노이국립외국어대와 쌍벽…1993년 베트남 첫 한국학과 개설
"한국경제, 베트남의 롤모델…한국학 中·日보다 늦었지만 발전 여지 더 많다"

(호찌민=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응고 티 푸옹 란(43·여) 호찌민국립인문사회과학대(이하 인사대) 총장은 30일(현지시간) "한국학은 중국학이나 일본학보다 늦게 개설됐지만 발전할 여지는 제일 많다"고 밝혔다.
그는 호찌민시의 인사대에서 진행한 연합뉴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남북 분단 경험과 유교사상 등 한국은 베트남과 비슷한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우리가 벤치마킹하려는 경제발전 모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응고 총장은 "한국은 천연자원이 부족한데도 단기간에 경제 선진국으로 발전했고, 한류를 통해 문화강국의 이미지도 구축했다. 놀라울 따름"이라며 "한국학부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노동력 수요를 충당하는 인재를 배출 역할에 쏠려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사회 전반을 연구하는 싱크탱크 역할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족학박사인 그는 부총장을 거쳐 이달 초 총장에 부임했다. 인사대 60년 역사에서 첫 여성 총장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 첫 여성총장으로 비교적 젊은 나이인데 총장직 수행 부담 없나
▲ 인사대는 전공이 대부분 인문 분야라서 여학생이 압도적으로 많다. 한국학부도 90%가 여학생이다. 한국의 평균연령은 41세라지만 베트남은 29세다. 9천6백만 명의 인구 중 대부분이 청·장년층이므로 총장이 되기에 젊은 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학국학부의 교원 평균연령도 35세다.
-- 인사대의 위상과 한국학부에 대해 소개해달라
▲ 외국학(외국어) 분야에서는 하노이국립외국어대와 1∼2위를 다투는 명문이다. 한국학부는 1992년 한국-베트남 수교 다음 해에 베트남 대학 가운데서 처음으로 개설됐다. 한국어문학, 한국문화사회학, 한국경제정차학 전공으로 나뉘어 있고 26명의 전임교원이 500명의 학생을 가르친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파견한 한국어교육 교원이 있지만 한국인 교수가 부족해 어학 실력을 강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런데도 매년 100명을 뽑는데 2천 명의 학생이 몰린다. 20대 1로 29개 학부 중 입학 경쟁률 4위다. 신문방송학, 국제관계학, 일본학 다음으로 인기가 있다.
-- 한국학부의 인기 비결은 무엇인가
▲ 무엇보다 취업이 잘된다. 최근 5년간 100% 취업률을 기록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가장 많이 취직하는데 베트남 기업보다 초봉이 2배가량 높아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졸업생 중에는 일부지만 공무원이 되거나 석사과정 진학 또는 한국으로 유학하는 사례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1990년대 중반부터 불어온 한류 붐으로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도 인기 비결 중 하나다. 수업과는 별도로 학생들이 10여 곡 이상의 K팝을 따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전통문화와 최신 유행에 이르기까지 한국에 대해 다양한 상식을 지니고 있어서 학과 수업에 대한 집중도가 다른 학과보다 높다.
-- 한국학부의 발전 계획과 어려운 점은
▲ 대학 본연의 역할인 학문의 심화를 위해 대학원 과정 개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런데 교육부의 인가를 받으려면 박사학위를 가진 부교수가 3명 이상 되어야 하는데 1명밖에 없다. 강사의 대부분이 석사학위 소지자다. 박사학위를 가진 인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대안으로 한국국제교류재단(KF)에서 객원교수를 파견해주면 좋겠다. 베트남 실정에 맞는 교재나 한국을 소개하는 영상자료도 부족하다.
-- KF가 한국학부 발전에 어떤 기여를 해왔나
▲ 학부가 설립된 1993년부터 강좌운영, 장학금, 교재출판, 세미나, 워크숍을 지원해 준 덕분에 안정적으로 발전해왔다. 2015년부터는 부족한 강좌를 보충할 수 있는 온라인 강좌인 KF의 '글로벌 e-스쿨'을 개설해 도움을 받고 있다.
-- 일본학과는 일본 정부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나
▲ 물론이다. 일본국제교류기금(JF)을 통해 매년 일본 명문대 교원을 2명씩 객원교수로 파견해주고 있고 하노이의 JF사무소를 통해 원어민 일본어 강사도 학과에 배치돼 어학 실력 향상에도 도움을 받고 있다. 여기에다 교수진을 일본으로 초청해 교수법을 전수해주고 일본 대학뿐만 아니라 해외 유수 대학의 일본학과에 펠로우십으로서 6개월∼1년 연구에 전념하는 기회도 받고 있다. 교수들의 학문적 역량도 넓어지고 해외 학자 간 네트워크도 축적되고 있다.
wakar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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