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를 가다] 군수무덤 임실군…무소속에 관대했던 표심 이번에는?

입력 2018-06-01 06:47  

[격전지를 가다] 군수무덤 임실군…무소속에 관대했던 표심 이번에는?
무소속 현직 후보 우세 속 민주당 후보, 또 다른 무소속 후보 추격



(임실=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전북 임실군은 '군수들의 무덤'이라는 오명으로 유명하다.
민선 1∼5기 군수 4명(재선 포함) 모두가 각종 비리에 연루돼 직위를 잃은 탓이다.
1995년 민선 1기에 이어 재선까지 성공했던 이형로 전 군수는 쓰레기매립장 부지 조성 업체 선정과 관련해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다 중도 사퇴해 '무덤'의 서막을 열었다.
이 전 군수 사퇴로 실시된 보궐선거와 민선 3기 단체장 선거에서 잇따라 당선된 이철규 전 군수도 뇌물을 받았다가 낙마했고, 뒤를 이은 김진억 전 군수 역시 뇌물에 발목이 잡혔다.
지역 대표적인 농민운동가 출신인 민선 5기 강완묵 전 군수는 불법 선거자금을 받았다가 불명예 퇴진했다.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지며 정치권의 절대 강자가 없었던 만큼 선거 때마다 후보들이 난립했고 선거 혼탁상도 심각했다.
전체 유권자가 2만6천여 명인 '초미니 선거구'인데도 2014년 치러진 민선 6기 선거에는 7명의 후보가, 2010년 선거에는 무려 8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이번 6·13 지방선거는 외형적으로는 과거 과열 양상이 크게 진정된 모습이다.
출마자가 더불어민주당 전상두(61) 전 임실축협장, 무소속 박기봉(63) 전 남원부시장, 무소속 심민(70) 현 군수 등 3명에 그쳤고 금품이나 향응 제공 등의 혼탁상도 아직 드러난 것은 없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등을 종합하면 현역 프리미엄을 안은 무소속 심 후보가 민주당 전 후보를 한 발짝 앞서는 가운데 두 후보가 치열한 선두싸움을 벌이고 있다.
재선에 도전하는 심 후보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낙마한 전임 군수들과 달리 4년 임기를 모두 채우며 안정적으로 군정을 이끌어왔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옥정호 상수원 보호구역 해제와 수변 관광로 개설, 임실N치즈축제의 성공적 육성, 35사단 이전을 통한 경제 활성화 등 굵직굵직한 성과를 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심 후보는 "민선 6기에 뿌린 씨앗을 꽃 피울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달라"면서 핵심 공약으로 성수산 힐링관광벨트 조성을 통한 500만 관광시대 창조, 농업생산 안전망 구축 및 농업복지 실현, 경제 활력화로 삶의 질 향상 등을 제시했다.


임실축협 조합장 출신인 전 후보는 농축산업 분야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데다 지역발전을 이끌 수 있는 민주당 후보라는 점을 전면에 내걸고 있다.
오랫동안 조합장을 하며 다져놓은 조직표에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표를 엮으면 충분히 선두를 탈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 후보는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와 교감할 수 있는 민주당 출신 군수가 필요하다"며 군민이 잘사는 임실, 안정적 소득원 개발, 깨끗하고 투명한 임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번이 두 번째 출마인 무소속 박 후보는 34년 공직생활을 통해 닦은 업무능력을 토대로 지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겠다며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4년 전에는 낮은 인지도 때문에 고전했지만, 그동안 지역을 누비며 유권자와 호흡해온 만큼 이번에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박 후보는 "억울하고 소외당하는 사람이 없는 공정한 임실을 만들기 위해 출마했다"며 어르신이 행복한 임실, 부자 농업인 만들기, 삶의 질 향상 등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는 단체장 선거에서 유독 무소속 후보에 관대했던 표심이 어떻게 표출될 것인지가 관심사다.
임실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남에 속해있으면서도 지난 민선 6기까지 8번(보궐선거 포함) 치러진 단체장 선거에서 5차례나 무소속 후보 손을 들어줬다.
2014년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 1명에 무소속 후보는 6명이나 되는 기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높은 지지율이 소지역주의와 후보 개인기를 넘어설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임실군수 선거에서는 정당보다는 후보들의 출신 읍·면에 따라 표를 주는 소지역주의와 후보 개개인의 지연, 학연이 큰 영향을 미치곤 했다.
doin10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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