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헌재 "요하니스 대통령, 쾨베시 검사장 해임해야"
사회민주당 정부, 헌재 결정 환영…"반부패정책 후퇴" 수천명 시위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성역 없는 수사를 이끌며 '미시즈 정의'로 불리는 '루마니아판 공직자비리수사처장'에게 결국 해임 결정이 내려졌다.
루마니아 헌법재판소는 30일(부쿠레슈티 현지시간) 클라우스 요하니스 대통령이 라우라 코드루차 쾨베시(45) 반부패청(DNA) 검사장을 해임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요하니스 대통령의 쾨베시 반부패청장 해임 거부가 위헌인지 가려달라는 사회민주당(PSD) 정부의 소송을 심리한 결과 이렇게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올해 2월 루마니아 법무부는 쾨베시 검사장의 해임을 결정했으나 요하니스 대통령은 사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해임안을 발효하지 않았다.
PSD 정부는 이에 반발해 위헌 소송을 냈다.
이날 헌재의 결정에 따라 대통령은 쾨베시 검사장을 해임해야 한다.
요하니스 대통령은 헌재가 결정문 전체를 공개한 후 쾨베시 검사장 해임 행정명령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PSD는 "쾨베시가 오래 전에 해임됐어야 했다"며 헌재의 결정을 반겼다.
반면 정부청사 앞에서는 헌재 결정에 반대하는 수천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독재자', '쥐새끼들' 등 정부와 부패를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다.
올해 2월 정부가 쾨베시 축출을 밀어붙일 때에도 루마니아 곳곳에서 반부패정책 후퇴에 반발하는 시위가 일었다.
반부패청은 루마니아에 뿌리 깊은 부패를 척결하고자 2002년 설립한 사법기구다. 한국이 검토하는 '공직자비리수사처'와 같은 개념이다.
여성 최초, 최연소 루마니아 검찰총장 출신의 쾨베시는 2013년부터 반부패청을 이끌며 굵직한 부패수사를 기획하고 2015년 당시 현직 총리를 비롯해 정치 거물을 잇달아 기소하며 국민의 신뢰를 받았다.
루마니아에서 그는 '정의 여사'(Mrs. Justice)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그러나 '성역'을 가리지 않는 쾨베시 검사장의 수사는 PSD 실세를 비롯해 정치권과 갈등을 빚었다.
요하니스 대통령은 올해 2월 기자회견에서 "이 시점에 쾨베시 검사장을 보직에서 해임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하고, "반부패청 간부진은 일을 잘하고 있는데, 법규를 위반한 사람들로부터 공격을 받는 것만 봐도 그렇다"며 쾨베시를 두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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