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체, 대입개편 공론화 범위 두고 "부적절" vs "현실적"

입력 2018-05-31 14:35   수정 2018-05-31 16:52

교육단체, 대입개편 공론화 범위 두고 "부적절" vs "현실적"

"불필요 쟁점 넣고 필요한 건 빠져…국가교육회의-교육부 핑퐁게임"
"권고안 수준 고민 필요"…"정시 확대·수능 상대평가 유지될 듯"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국가교육회의가 31일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범위를 놓고 교육단체 사이에선 "논의할 쟁점은 빠지고 불필요한 쟁점이 담겼다", "남은 시간을 고려하면 적절했다"는 상반된 반응이 함께 나왔다.
입시전문가들은 "공론화 범위와 현재 여론 등을 고려해보면 대입에서 정시모집(수능위주전형) 비중을 확대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 평가방법은 현행을 유지하자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날 국가교육회의가 제시한 대입개편 공론화 범위는 '학생부위주전형과 수능위주전형의 비중', '수시모집 수능최저학력기준 활용 여부', '수능 평가방법(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 또는 상대평가 유지)' 등이다.
국가교육회의는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통합 여부'에 대해 "현재처럼 둘을 분리하는 체계를 유지하라"고 교육부에 권고했다. 또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공정성·신뢰성 제고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도 권했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공론화 범위가 잘못 결정됐다"면서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비율처럼 (공론화가) 불필요한 쟁점은 포함되고 학종 관련이나 고등학교 내신 평가방법 등 필요한 쟁점은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비율은 앞서 4차례 열린 국민제안 열린마당을 통해 각 대학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확인됐다"면서 "정해진 비율을 대학에 강제할 방법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능 시험 범위는 중요한 쟁점인데 공론화 범위에서 빠져 다시 교육부가 결정하게 됐다"면서 "국가교육회의와 교육부가 서로 결정을 미루고 '핑퐁게임'을 벌이면서 대입개편 작업이 산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소장은 "지난해 8월 수능개편을 1년 미룬 이후 조금도 진전이 없었다"면서 "그나마 작년에는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만 결정하면 됐는데 지금은 쟁점이 10여가지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종태 교육을바꾸는사람들 21세기교육연구소장도 "발등에 떨어진 불만 논의하는 공론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중장기적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 논의는 도외시하고 수시-정시 비율 등 지엽적인 것만 논의해서는 문제 해결이 안 된다"고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이 소장은 "이번 공론화로 결정되는 사항들이 2022학년도 이후 대입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재철 대변인은 "공론화 범위에 포함된 3가지 쟁점만 해도 상당히 복잡하고 관련 논의에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적절한 범위설정이었다고 본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그는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통합 문제가 (공론화 범위에서) 빠진 것도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해가 된다"고 부연했다.
김 대변인은 "이제는 국가교육회의가 큰 방향만 제시할지 아니면 세부사항까지 모두 정한 개편안을 내놓을지 논의해야 한다"면서 "수시와 정시모집 비율이나 수시 수능 최저기준 활용 여부 등은 원칙적으로 각 대학이 자유롭게 결정할 사항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시전문가들은 공론화 범위와 현재 여론, 8월까지 개편안을 확정해야 하는 시간제한 등을 고려했을 때 정시모집 비율을 소폭 확대하고 수시 수능 최저기준과 수능 평가방식은 현행 수준에서 유지되는 선에서 결론이 지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공론화 시민참여단도 여론을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수능은 국어·수학·탐구영역 상대평가, 제2외국어를 비롯해 나머지는 절대평가를 적용하는 정도로 작은 변화만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비율에 대해서도 "전문가가 아닌 시민참여단이 구체적인 비율을 정하긴 어렵고 각 전형이 차지하는 비율의 '상한선'을 만드는 정도가 될 것"이라면서 "다만 수시 수능 최저기준이 없어진다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수시파'와 '정시파'로 학생들이 갈리면서 교육현장에 혼란이 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평가이사는 "고교학점제 시행일정 등을 고려하면 이번에 결정된 대입 개편안은 2022학년 대입뿐 아니라 최소 2025학년도 대입까지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도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비율은 7대 3 정도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교육회의가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 시 동점자 처리에 필요한 '원점수 제공'이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에 절대평가도 물 건너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시 수능 최저기준도 원칙적으로 대학이 자율결정할 부분이라는 점에서 이를 폐지한다는 결론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ylee2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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