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은 오바마에게 작별인사 건네며 눈물 글썽여
벤 로즈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출간예정 저서 통해 공개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2016년 미 대선에서 예상외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후 당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크게 당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직후 페루를 방문 중이던 오바마 대통령은 수도 리마를 달리던 대통령 전용 방탄 리무진 승용차 안에서 보좌관들에게 "우리가 잘못한 것이면 어쩌지?"라고 초조감을 드러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벤 로즈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다음 주 출간될 자신의 저서 '있는 그대로의 세계'(The World as It is)에서 같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확신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받은 충격을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 로즈 보좌관 저서 내용을 발췌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유주의자들이 국민이 느끼는 정체성의 중요성을 망각했으며 공허한 세계주의적 글로벌리즘을 부추겨 많은 이들이 낙후감을 느끼게 했다'고 주장하는 한 칼럼을 읽은 후 세계화 정책의 득실과 관련, "우리가 너무 나간 게 아닌가? 사람들은 단지 자신의 집단에 머물길 원하는 데…."라고 보좌관들에게 반문했다고 로즈 보좌관은 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또 당시 트럼프 당선자를 특정 정책보다는 자신의 지지자 규모에 신경을 쓰는 '만화 속' 인물로 간주했으며, 미국 역사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자신이 오판한 게 아닌지 드물게 자기회의를 드러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신이 이룬 업적을 산산조각내겠다고 벼르는 후임자에게 정권을 양도하는 처지를 마피아 영화 대부에 비유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 후 트럼프와 사이가 좋지 않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에 트럼프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총리직) 4선에 나서야 할 것 같다고 위로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로즈 보좌관은 메르켈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에 마지막 작별인사를 고하면서 눈물을 글썽였다고 전했다.
로즈 보좌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 후 세계 다른 지도자들과 나눈 대화도 소개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자신이 대선 후 의전 절차를 무시하고 트럼프 당선인과 만난 데 대해 오바마 대통령에 사과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는 '자유주의 가치'에 대한 명시적 수호자가 돼줄 것을 당부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반면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유럽의 난민 위기 처리방식을 들어 메르켈 총리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다.
트럼프는 대선 과정과 대통령 취임 후 외교정책에서 이른바 '미국 우선' 정책을 표방하면서 지난 세기 자유주의적 세계질서를 특징짓는 기존의 국제무역협정과 전통적 동맹들을 반복해서 비판해 왔다.
로즈 보좌관은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사살작전과 아프가니스탄 미군 증파, 이라크 미군 철수, 쿠바와의 관계회복, 이란과의 핵?의, 시리아 사태 등 오바마 행정부 주요 외교정책에 관여했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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