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운동-동맹 대표, 로마서 회동…反유로 경제장관 지명자 거취 놓고 담판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유로화 탈퇴를 원하는 경제학자를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대통령이 전격 거부하며 급제동이 걸렸던 이탈리아 포퓰리즘 연정의 재성사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현지 언론은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31)와 극우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45) 대표가 31일 로마에서 얼굴을 맞대고 두 정당의 연합정부 구성 노력을 지속할지 여부를 놓고 협상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두 정당의 연대 가능성이 되살아난 것은 전날 디 마이오 대표가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을 면담하면서다. 디 마이오 대표는 이 자리에서 연정 출범 무산의 단초가 됐던 경제학자 파올로 사보나(81)를 이탈리아의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경제부 장관 대신에 내각 내 다른 직책으로 옮기는 방안을 제안했다.
유럽연합(EU)의 굳건한 신봉자로 중도 좌파 민주당 집권 때 국가수반으로 선출된 마타렐라 대통령은 지난 27일 "이탈리아 국민과 외국인들 모두에게 불안을 주는 반(反) 유로 입장을 견지한 경제장관을 승인할 수 없다"며 사보나의 장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이에 오성운동과 동맹은 격렬하게 반발하며 더 이상의 연정 출범 노력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며, 이탈리아 정계는 '시계 제로' 상태로 접어들었다.
꺼진 줄 알았던 오성운동-동맹의 연정 가능성이 디 마이오의 제안으로 되살아나자, 마타렐라 대통령도 두 정당에 연정 구성 협의에 필요한 시간을 주기로 결정했다.
과도 중도 내각을 이끌 총리 후보로 지명된 카를로 코타렐리 지명자 역시 정치인들이 주도하는 연정에 우선권을 주는 게 적절하다고 밝히며, 내각 구성 작업을 일단 보류했다.
연정 재성사 여부는 이제 사보나의 경제 장관 임명을 밀어붙인 살비니 대표에 달린 것으로 관측된다.
살비니 대표는 30일 저녁 "(앙겔라)메르켈 독일 총리와 독일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다고 해서 각료를 하루 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고 말해 사보나의 경제장관 임명을 번복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일단 연정 재출범을 둘러싼 오성운동과의 협상에 응했다.
이날 디 마이오 대표와 살비니 대표의 회동에는 두 정당이 총리 후보로 공동 지명했던 주세페 콘테 피렌체 대학 법학과 교수도 배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논의의 초점은 사보나 경제장관 지명자에게 어떤 새로운 보직을 맡길 수 있을지에 집중됐다고 뉴스통신 ANSA는 보도했다.
두 정당의 연정 불씨가 재점화하며, 재선거 가능성이 일단 낮아지자 금융 시장도 이틀째 안정세를 유지했다.
밀라노 증시의 FTSE MIB 지수는 장 초반에 약 1% 상승했으나, 후반에 오름폭을 내주며 0.06%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독일과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 차(스프레드)는 약 250bp로 하락했다.
시장은 지난 3월 4일 총선 이후 3개월 가까이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이탈리아가 올해 하반기에 재총선을 치를 경우 이는 유로화와 EU에 대한 심판 성격을 띤 국민투표로 변질돼 포퓰리즘 세력이 더욱 득세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편, 이날 동맹과 더불어 우파연합의 일원인 극우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도 오성운동-동맹 연정에 발을 담글 뜻을 밝힘에 따라 귀추가 주목된다.
FdI가 참여할 경우 상원과 하원에서 연정은 과반을 훨씬 웃도는 의석을 확보하게 돼 정부 안정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성운동은 연정에 또 다른 극우 정당이 가담할 경우 오성운동에 표를 줬던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이 오성운동 지지에서 이탈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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