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전 '화룡점정'…CVID-CVIG 빅딜 이뤄질까
트럼프, 김영철 워싱턴 DC 면담 직접 확인…"친서 내용 기대"
北 고위인사 美심장부 워싱턴 방문, 18년만…이번엔 해피엔딩 가능성 높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방미 중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내달 1일(현지시간) 워싱턴DC를 전격 방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직접 전달한다.
6·12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30∼31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의 '뉴욕 담판'이 마무리되는 대로 '특사' 자격으로 김 위원장의 편지를 들고 미국의 심장부인 수도 워싱턴을 찾는 것이다. 북한 정부의 고위인사가 미국의 수도를 방문하는 것은 2000년 북한 조명록 차수 이후 18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의 면담은 판문점·싱가포르 실무회담에서 뉴욕 고위급 회담에 이르기까지 그간 진행돼온 사전협상들의 화룡점정을 찍는 셈으로, '복심'인 김 부위원장 편에 배달돼온 김 위원장의 친서 내용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친서에 담긴 김 위원장의 메시지에 따라 6·12 북미정상회담의 전망과 향배 또한 좌우될 수 있어서다. 북미 고위급 뉴욕 담판에 이은 트럼프-김영철 워싱턴 회동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 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텍사스로 떠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 간 전날 만찬과 이날 오전 시작된 공식 고위급 회담을 언급, "매우 좋은 만남을 가졌고, 오늘 또 만난다"며 김 부위원장이 이튿날인 내달 1일 김 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워싱턴DC를 방문해 자신에게 전달할 것이라는 사실을 전격 공개했다. 김 부위원장이 워싱턴DC로 오는 만큼, 면담 장소는 백악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들이 금요일(1일) 워싱턴DC로 내려와 김정은이 보낸 편지를 전달할 것으로 안다"며 " 편지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보기를 고대한다. 그것(편지)은 그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그들은 편지 전달을 위해 아마도 워싱턴DC로 내려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이 이번에 김 위원장의 친서를 갖고 올 것이라는 건 어느 정도 예고돼온 사실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형식으로 정상회담 취소를 통보하면서 "마음이 바뀌면 주저 말고 내게 전화나 편지 해달라"고 했던 만큼, 어떤 식으로든 김 위원장이 이번에 방미길에 오른 김 부위원장을 통해 이에 대해 '응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종일 텍사스에서 일정을 소화한 뒤 밤 10시가 돼서야 워싱턴DC로 복귀하는 데다 국무부 관계자도 전날 기자들에게 폼페이오 장관을 통한 '간접 배달' 방식에 무게를 두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의 대면이 이뤄질지를 두고는 관측이 분분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을 직접 만나기로 했다는 것은 그동안 사전회담들이 순조롭게 잘 진행됐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미 기정사실로 된 6·12 북미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열릴 가능성이 그만큼 더 커졌다는 얘기이다.
아직 북미 고위급 회담이 진행 중인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과의 면담 사실을 미리 공개하고,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오후 2시 15분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일정을 전날 사전에 공지한 점 등에 비춰 북미 양측간에 '빅딜'이 이미 상당 부분 접근을 본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제 전 세계의 시선은 하루 뒤면 베일을 벗게 될 김 위원장의 친서 내용에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1, 2차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에 걸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당시 면담 등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표명했지만, 이번에는 친서를 통한 '직접화법'으로 보다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원칙에 쐐기를 박은 가운데 김 위원장이 미국 측의 불신을 거둬내고 미국 측의 눈높이에 맞는 수준으로 비핵화 의지를 밝힐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이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메시지 수위에 따라 북미정상회담의 기상도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면담에서 김 부위원장을 통해 CVID를 받아들이면 체제안전보장과 경제보상을 통해 북한의 재건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CVID와 이에 맞교환 격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CVIG)에 대한 양측의 '사전보증'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셈이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고위급 회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올린 트위터 글에서 "북미정상회담은 북한에 안전보장과 경제적 번영을 성취할 큰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은 더 밝은 미래를 맞게 될 것이며 세계는 더 평화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두 차례 방북 때 모두 김 위원장과 면담했던 만큼, 김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김 부위원장이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이고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제재대상인 그를 집무 공간으로 직접 부르는 건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은 일이라는 점에서 그만큼 김 위원장의 특사인 김 부위원장을 예우해주는 것으로도 읽힌다. 김 부위원장은 워싱턴DC로 이동할 때 추가적 제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로써 김 부위원장은 18년 전 워싱턴DC를 찾았던 조 차수와 비슷한 면담 코스를 밟게 됐다. 조 차수는 2000년 10월 10일 국무부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면담한 뒤 백악관으로 가 빌 클린턴 대통령을 예방, 김 위원장의 선친인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바 있다.
클린턴 행정부 임기 말에 이뤄졌던 조 차수의 방미는 정권교체와 맞물려 북미정상회담이라는 결실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해피엔딩'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은 상황이다.
hanks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