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뛰면 채권평가익 감소…30bp 상승때 RBC비율 15%p 내려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지금처럼 국내 시장금리도 함께 올라가는 상황이 계속되면 중소형 손해보험사의 건전성이 크게 나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3일 예금보험공사가 내놓은 '2017년 손보사 경영위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손보사들의 지급여력(RBC)비율은 225.9%다.
대형사의 평균 RBC 비율은 255.7%지만 중소형사는 177.8%에 그쳤다.
RBC 비율은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보험사의 대표적인 건전성 판단 기준이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에 RBC 비율을 150% 이상 유지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각종 위험요인이 현실화될 경우 입을 수 있는 손실(요구자본)과 이를 대비해 사용할 수 있는 자본(가용자본)을 비교해 계산(가용자본/요구자본)한다.
문제는 시장금리가 올라가면 보험사들의 채권 평가 이익이 줄어들면서 가용자본이 축소, RBC 비율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예보는 "국고채 10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2017년 말 대비 30bp(1bp=0.01%) 오르면 중소형사 RBC 비율은 177.8%에서 162.8%까지 떨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해 말 2.47%였지만 지난 1일 현재 2.70%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평가 이익이 줄어드는 이유는 보험사들이 채권 분류 방식을 바꿔서다.
많은 보험사는 저금리가 계속되자 채권 분류 방식을 '만기보유채권'에서 '매도가능채권'으로 바꿨다.
채권을 평가하는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바꾼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금리 하락기에 채권 가격이 올라 장부상에서 채권 평가이익이 발생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금리가 오를 때는 채권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손실이 난다.
이렇게 채권 평가 이익이 줄어들면 RBC 비율이 낮은 보험사들은 자본확충을 위해 후순위 채권 등을 발행해 건전성을 끌어 올리곤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금리가 오를 때는 이자 부담이 커져 어려움이 가중된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평가 이익은 줄어들지만, 채권 이자수익률은 올라간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보험사들이 과거 고금리 시절에 투자했던 채권의 만기가 계속해서 돌아오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의 채권으로 대체되고 있어서다.
보험회사들이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국제회계기준)17에 대비해 장기채를 대거 매수하면서 장·단기 채권의 금리 차가 축소된 것도 채권 이자수익률이 정체되는 원인이다.
반면 단기 금리는 급등하면서 저축성 보험 공시이율(부채 부담이율)은 지속해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대체투자를 늘리며 공시이율 상승에 대응하고 있다.
예보는 "보험부채 부담이율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대체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그만큼 투자 리스크도 올라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예보는 생명보험 회사들에 대해서는 퇴직연금 위험액 반영으로 RBC 비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감원은 정교한 리스크 산출을 위해 이달부터 원리금 보장형 퇴직연금의 위험액을 RBC 비율 산정을 위한 요구자본에 단계적으로 반영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그동안 원리금 보장형 퇴직연금은 RBC 비율을 산출할 때 반영이 안 됐지만, 이달부터는 단계적으로 반영을 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12개 생보사가 퇴직연금 상품을 취급하고 있으며 이 중 99.1%가 원리금 보장형이다.
예보는 제도 개선으로 요구자본이 1조원 증가해 전체 생보사의 RBC 비율이 7.9%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예보는 "퇴직연금 비중이 높은 생명보험회사를 중심으로 상시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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