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각별한 '손님 예우'…김영철, 취재진엔 묵묵부답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31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뉴욕 맨해튼 38번가 '코린티안 콘도미니엄'.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린 북미 고위급 '뉴욕회담' 이틀째 회담장 안팎엔 긍정적 기류가 흘렀다.
이날 오전 8시 45분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회담장에 먼저 도착했고, 회담이 예정된 오전 9시 정각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 부위원장의 미국 도착 당일인 전날 함께 만찬을 했던 바로 그 장소다.
'150분 협상' 끝에 먼저 회담장을 빠져나온 김 부위원장은 곧바로 경찰 차량의 호위 속에 10분 거리의 숙소 '밀레니엄 힐튼 유엔플라자 호텔'로 복귀했다. 김 부위원장으로선 폼페이오 장관과의 북미회담에만 초점을 맞춰 동선과 일정을 최소화한 모양새다.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각국 취재진이 '김영철 동선'마다 모여들어 북미회담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지만, 김 부위원장은 쏟아지는 질문에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회담장 주변엔 북미회담의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시그널(신호)이 잇따랐다.
김 부위원장이 회담 장소에 도착하자, 곧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 인근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전용기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의 고위급회담에 대해 "아주 좋은 회담을 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금요일(6월 1일) 워싱턴DC로 와서, 김정은 (위원장) 편지를 나에게 전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베일에 가려졌던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이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통해 확인됨으로써 '뉴욕회담'의 실질적인 성과를 뒷받침하는 대목으로 받아들여졌다.
회담 도중, 폼페이오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회담장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김 부위원장과 웃으며 악수하고, 북미 협상단이 테이블에서 논의하는 장면들을 잇달아 사진으로 올리면서 "북한 대표단을 맞이하게 돼 기쁘다. 회담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회담을 마친 이후에도 트위터를 통해 "북한 팀과 실질적인 회담을 했다"면서 "우리는 우리의 지도자 간에 열릴 정상회담을 위한 우선 사항들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만찬 직후에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김영철(부위원장)과 오늘 밤 뉴욕에서 훌륭한 실무 만찬을 가졌다"며 스테이크와 콘(옥수수), 치즈가 메뉴로 나왔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 부위원장에 대한 각별한 예우도 눈길을 끌었다.
미 국무부는 전날 뉴욕 JFK 국제공항 계류장에서 직접 김 부위원장을 에스코트했고, 김 부위원장의 숙소와 회담장 주변에는 연이틀 국무부 직원과 뉴욕 경찰(NYPD)이 삼엄한 경호를 펼쳤다.
폼페이오 장관 역시 첫날 만찬과 이틀째 회담 모두 10~15분가량 먼저 도착했다가, 행사 종료 이후에는 뒤늦게 출발하는 방식으로 '손님'인 김 부위원장에 대한 배려를 나타냈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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