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복심 앤드루 김-통전부 전략통 김성혜 '책략 대결'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통일전선부+외무성 vs 중앙정보국+국무부'
'세기의 핵담판'을 앞두고 뉴욕에서 열린 북미 고위급 회담에는 양측의 핵심 전략가들이 배석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측에서는 앤드루 김 CIA 코리아센터장과 마크 램버트 국무부 한국과장이, 북측에서는 김성혜 당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과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 직무대행이 각각 배석했다.
양국 최고지도자의 '대리인'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한반도 역사를 바꾸는 중대한 변곡점이 될 첫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마주한 자리에 이들이 배석한 것은 향후 비핵화 협상의 주역들임을 보여준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받들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김영철 부위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뜻에 따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안전보장'(CVIG)을 실현하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반세기가 넘도록 대립과 갈등을 보여온 양국이 서로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상황에서 자국의 이익을 지키고 상대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한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는 만큼 이들 배석자의 전략적 판단과 전술에 성패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앤드루 김 센터장은 폼페이오 장관의 오른팔로 북미 협상을 주도하는 인물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지난 3월 첫 방북 이전에 평양에 들어가 일정을 실무 조율해 왔고 김정은 위원장 면담에 배석하면서 북핵 협상의 막후 조율자임이 드러났다.
한국어와 영어 모두에 능통한 그가 폼페이오 방북에 이어 이번 뉴욕 회담에도 참석한 것은 그동안 북측과 실무회담을 주도한 만큼 협상 내용을 잘 꿰고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 센터장이 뉴욕에서 폼페이오 장관을 보좌하는 역할을 하면서 판문점에서 열린 의제조율을 위한 북미회담에는 한국계인 KMC 부센터장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의 대북정책 특별대표 대행인 마크 램버트 한국과장은 '뉴욕 채널'을 통해 북한 당국자들과 직접 협상을 하는 핵심 당사자다.
김영철 부위원장의 이번 첫 방미도 그가 뉴욕의 북미 채널을 통해 상의하며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대북 협상과 관련해 국무부 내에서는 정작 동아시아지역 책임자인 수전 손턴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지명자 대신 마크 램버트 국무부 한국과장 등 소수의 조언자 그룹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국무부 내에서 몇 안 되는 한반도 전문가로 북미정상회담 실무 준비를 해온 램버트 대행은 지난 4월 말 방한해 당국자들과 북미정상회담 준비 및 대북정책 관련해 논의했다.
북한 대남분야에서는 드물게 여성인 김성혜 실장은 앤드루 김 센터장의 카운터파트로 이번 회담에 참석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직책이 통일전선책략실장이라는 사실은 그가 사실상 통일전선부의 모든 정책과 전략을 실질적으로 기획하고 총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말 그대로 '책략가'인셈이다.
김 실장은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때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자격으로 방한한 김여정 제1부부장을 밀착 보좌한데 이어 폐회식 때도 김영철 부위원장을 수행해 대남분야 뿐 아니라 최고지도부의 신임을 받는 실세임을 과시했다.
그는 이미 2002년 5월 방북한 박근혜 당시 한국미래연합 창당준비위원장을 수행해 대남분야의 차세대 핵심으로 주목을 받았다.
더욱이 그가 이번 뉴욕회담에 김영철 부위원장을 수행함으로써 대남분야 뿐 아니라 비핵화와 평화체제 현안을 다루는 데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강일 직무대행은 이번 뉴욕회담에서 마크 램버트 한국과장의 카운터파트로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미를 조율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그가 향후 비핵화 과정에서 북미간 협상의 주역으로 활약할 수 있음을 엿보게 한다.
그는 한반도 정세에 변화 기류를 보이던 지난 2월 김영철 부위원장과 함께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참가차 방한했고, 지난 3월 20∼21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남·북·미 '1.5트랙'(반관반민) 대화에 미국연구소 부소장 자격으로 북측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했다.
그는 앞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북미관계가 최고조에 달했던 작년 1월 평양에서 미국 NBC방송과 인터뷰를 하고 "언제, 어디서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가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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