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뒤 사라진다" 위기감…농촌 선거 화두 인구늘리기(종합)

입력 2018-06-02 13:36  

"30년 뒤 사라진다" 위기감…농촌 선거 화두 인구늘리기(종합)
신도시 건설·도시민 유치 공약…후보마다 "인구 감소 막겠다"
우량기업 유치·관광개발·귀농 지원책 확대 등 해결책 제시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윤우용 김형우 기자 = 남북관계 이슈에 밀려 지방선거가 주목받지 못하면서 애가 타는 후보들은 유권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한방'이 절실한 상황이다.
백가쟁명식 장밋빛 공약이 쏟아지는 가운데 농촌에서는 단연 '인구'가 화두다.
저출산에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젊은층 '수혈'로 인구를 늘리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이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대로 인구가 줄면 머지않아 아예 군소 지방자치단체는 소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여야 후보 가릴 것 없이 인구 늘리기 '묘책'들을 내걸고 있다.
충북의 경우만 해도 인구 문제가 심각하다.
물론 충북 전체 인구는 지난해 10월 163만 명을 돌파했다. 2000년대 초까지 150만 명을 밑돌던 인구가 서서히 상승곡선을 그려 2013년 160만 명을 돌파했고, 4년 만에 3만 명이 더 불어났다.

그러나 인구 증가는 혁신도시가 있는 진천군·음성군과 통합 청주시, 충주 기업도시 등 산업화 지역에 국한된 얘기다.
이와 달리 농촌 인구는 해마다 큰 폭의 내리막길을 걷거나 정체되면서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보은·옥천·영동·괴산·단양군은 65세 이상 노인 비중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제천시(19.2%)와 음성군(18.5%)도 빠르게 늙은 도시로 변하는 중이다.
인구는 지방자치단체 살림살이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정부가 교부세를 산정할 때 중요한 잣대로 삼기 때문이다.
통상 인구가 늘면 재정규모가 커져 정주환경이 개선되지만, 반대의 경우는 행정조직이나 국고보조금이 줄어 존립기반이 뿌리째 흔들린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은 향후 30년 안에 전국 시·군 중 84곳이 사라질 것이라는 충격적 보고서를 냈다. 충북의 경우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5곳이 대상이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농촌에서 출마한 후보마다 인구 증가와 농업부문 투자계획을 쏟아내며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옥천군수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재종 후보는 친환경 농업 전용공단 개발과 로컬푸드 시스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전광역시와 맞닿은 지리여건을 활용해 귀농·귀촌인을 유치하고 체험형 생태관광농업도 육성하겠다고 강조한다.
대청호 환경규제와 그린벨트 등에 묶여 성장동력을 상실한 군북면에 대전∼옥천 광역철도 역을 신설하고, 주변에는 3천명을 수용하는 미니 신도시도 건설하겠다고 야심 찬 구상도 내놨다.

이에 맞서는 자유한국당 전상인 후보는 지역개발을 가로막는 환경 규제를 푸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자신이 보좌하던 박덕흠 국회의원 대표 발의로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댐 주변지역 친환경 보존·활용 특별법'을 통해 실타래를 풀겠다는 전략이다.
환경 규제에서 벗어나게 되면 대청호를 '제2의 남이섬'으로 개발하고, 한옥마을·동화마을 조성 등을 담은 6가지 활력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있다.
무너진 농촌 공동체 회복을 위해 3대가 함께 사는 가정에 4대 보험을 지원하고 지방세를 감면해주는 공약도 내놨다.
4년 만에 리턴매치가 펼쳐지는 영동군수 선거에서도 가까스로 5만명에 턱걸이한 인구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뜨겁다.
4·5대 군수를 역임한 민주당 정구복 후보가 "집권 여당의 힘으로 대규모 투자유치를 추진해 인구를 늘리겠다"고 공약하자, 후임인 한국당 박세복 후보는 "과거에도 같은 공약을 냈었는데, 하나라도 성과가 있었느냐"고 몰아붙였다.
박 후보가 농업 소득향상과 귀농 유인책으로 제시한 농산물 산지유통센터 건립을 둘러싸고도 논쟁이 이어졌다.
이 센터는 정 후보가 군수로 있던 2014년 처음 구상됐으나, 후임인 박 후보 취임 뒤 부지선정을 둘러싼 잡음을 겪으면서 무산됐다.
정 후보는 "내 흔적을 없애기 위해 일부러 취소시킨 사업"이라고 공격했고, 박 후보는 "용도가 맞지 않는 땅을 후보지로 정한 정 후보 때문"이라고 맞받아쳤다.

괴산군수 선거에서는 귀농·귀촌 활성화 방안이 인구 늘리기와 맞물려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4월 괴산군 인구는 3만8천500명이고, 이 중 30.9%(1만1천915명)가 65세를 넘긴 노인이다.
출생보다 사망이 많고, 인구유입 효과가 큰 기업체나 공공기관 등이 별로 없다 보니 인구는 계속 내리막길을 걷는다.
민주당 이차영 후보는 '사람이 찾아오는 젊은 괴산'을 슬로건으로 미래 성장기반 구축과 귀농·귀촌팀 설치, 지원제도 정비 등을 약속했다.
한국당 송인헌 후보는 '인구 5만 시대 개막'을 목표로 전담팀 설치, 전용 주택단지 조성, 창업·정착 지원금 지급 등 도시민 유치전략을 내놨다.
무소속 임회무 후보와 박동영 후보도 귀농·귀촌 확대와 정착지원, 고향 같은 도시민 유치환경 조성 등을 공약에 포함했다.
한해 1천만 명이 방문하는 관광도시 단양군이라고 다를 게 없다.
지난 4월 인구가 3만273명으로 3만선 유지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보니 후보마다 이 문제를 주요 공약에 담았다.
민주당 김광직 후보는 장기 거주자의 자긍심을 높여주는 '장기 거주 기여금'을 신설해 인구유출을 막겠다고 공약했다.
상대인 한국당 류한우 후보는 군립 의료원 건립 등을 정주 여건 개선을 약속했고, 무소속 엄재창 후보는 폐교를 활용한 귀농·귀촌인 편의를 제공과 지원센터 유치 등을 인구대책으로 제시한 상태다.
bgi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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