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실명위기 주부 4년 6개월 만에 '새삶의 빛'
(안산=연합뉴스) 이복한 기자 = 경기도 안산에 사는 윤귀화(58.여)씨는 2012년 눈 수술이 잘못돼 오른쪽 시력을 거의 잃고 최근 왼쪽 눈마저 백내장이 악화돼 실명 위기에 처했다.
윤씨는 눈 상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각막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가정 형편상 800만원이 넘는 수술비가 큰 부담이었다.
여기에 각막 이식 대기자가 많아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4∼5년을 기다려야 했다.
2014년 안산시 담당자를 통해 윤씨의 딱한 사정을 알게된 (사)생명을나누는사람들은 미국 뉴올리언스 아이뱅크(Eye Bank)에서 40대 미국 여성의 각막을 구해 지난 1일 전북 전주의 한 안과에서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다.
국내에서 각막 이식 기증자를 찾지 못해 4년 여를 대기하다 외국에서 각막을 구해 수술을 받은 것이다.
수술비 등 800여만원은 '생명을나누는사람들'이 전액 후원했다.
윤씨는 "눈이 잘 보이지 않아 늦게 얻은 딸마저 제대로 알아볼 수 없게 되는 등 그동안 절망감 속에 살아왔다"며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다"고 인사를 전했다.
윤씨는 '생명을나누는사람들'이 2013년 시각장애인 각막 이식 지원사업을 시작한 이후 100번째로 빛을 찾게 됐다.
보건복지부 장기이식등록기관인 '생명을나누는사람들'은 2015년 기준 각막 이식 수술 대기자는 1천880명(남성 1천202명, 여성 678명)으로 평균 대기일은 2천134일이라고 밝혔다.
환자 1명당 평균 5∼6년을 대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국내에서 각막을 기증 받으면 수술비 300만원만 내면 되지만, 윤씨처럼 외국에서 들여오면 항공료 등 별도의 추가 비용이 필요해 800만∼9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조정진 생명을나누는사람들 상임이사는 "각막은 보통 한 사람이 2개를 기증할 수 있어 한 사람의 기증으로 두 사람이 빛을 찾을 수 있다"며 "각막 기증 문화가 확산돼 시각장애인들에게 희망의 빛을 선물하는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b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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