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기업 "북미회담 후 방북신청 할 것"
"대북 경제 제재 해제되고 대북 경협 활성화돼야"
(의정부=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지난 4월 남북 정상이 만나 '판문점 선언'을 하면서 그동안 중단됐던 경제협력사업들이 조만간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 정상은 2007년 10·4 선언에 담았던 사업들을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10·4 선언은 2007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통해 내놓은 선언으로 남북 철도연결을 비롯해 개성∼평양 고속도로 공동이용, 개성공단 2단계 개발과 경제특구 건설, 백두산 관광 시행 등 다양한 경협 방안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최근 남북관계가 개선됐다고 하더라도 당장 이같은 경협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경제전문가들은 이달 12일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 주목한다. 북미가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놓고 통 큰 합의에 이르면 그 대가로 제재도 해제 수순을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위기에 몰렸던 북미 정상회담이 본 궤도를 찾고 있고, 남북도 2차 정상회담을 열어 관계개선 모드가 살아있음을 확인했다.
여기에 남북은 1일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공단에 설치하기로 하고 조속한 가동에 의견을 같이했다.
4월 남북 정상회담 때는 의제에 개성공단 문제가 빠졌지만, 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공단에 설치하기로 하는 등 남북관계에 훈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만큼,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이하 기업) 경협문제가 이른 시일 내 확실히 다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경우,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과도 같은 개성공단 재개가 가장 먼저 거론될 것으로 기업들은 확신하고 있다.
기업들은 한반도 화해 무드로 부푼 희망을 품고 지난달 18일 공단 재개 준비를 위한 2차 워크숍을 열었다.
2016년 2월 공단 중단 이후 처음으로 130여개 업체가 모였다.
유창근 개성공단 정상화 태스크포스(TF) 단장은 워크숍 이후 브리핑에서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시설 점검을 위한 조기 방북, 입주 기업 경영 정상화를 위한 금융지원, 기업 피해 재발 방지 대책, 노무관리 제도 개선 등 4가지를 정부에 요구하기로 했다"며 "방북신청 시기는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 허락이 떨어지는 시점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창 올림픽 직후 방북신청을 했으나 여건 준비가 안 됐다는 이유로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 이후에는 공단 재개 기초 작업이 반드시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며 "육해공으로 막혀 있던 길이 터진 만큼 우리 기업인이 가야 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작년에 제시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도 주목받는다. 서해안과 동해안, 비무장지대(DMZ) 지역을 H자 형태로 동시 개발하는 남북 통합 개발 전략이다.
동쪽에서는 부산-금강산-원산-청진-나선-러시아로 이어지는 에너지·자원 벨트를 만들고 서쪽에서는 목포-수도권-평양-신의주-중국을 연결하는 산업·물류·교통 벨트를 조성하는 한편 동서 방향으로는 비무장지대에 환경·관광 벨트를 구축함으로써 한반도를 H자 모양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인 결과물을 도출해 대북 경제 제재가 해제되고 대북 경협이 활성화되면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도 탄력받고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 경제협력으로 관심이 쏠리면서 경색된 남북관계 속 뒷전으로 밀렸던 '통일경제특구법'도 빛을 볼 전망이다.
이 법안은 남북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경협 특구를 조성해 지원하는 법안이 핵심이다.
20대 국회 들어 제기된 '통일경제특구법안'은 모두 6건으로 통일부가 중심이 돼 이들 법안을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미 두 차례 법안심사 소위 심의가 이뤄졌으며 특례 적용에 따른 부처 간 이견이 좁혀지면 국회 본회의 심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통일경제특구법 제정에 대한 여·야 이견이 없는 데다 정부가 국정과제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경기 파주지역 국회의원인 박정·윤후덕 의원, 고양지역 김현미 의원(이상 민주당), 김포지역 홍철호 의원, 동두천·연천지역 김성원 의원, 강원지역 이양수 의원(이상 한국당)이 각각 대표 발의했다.
이들은 지역구가 북한과 접해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낙후한 접경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역 특성을 고려한 지원책을 제시한 것이 통일경제특구 지정이다.
6개 법안은 제안자와 특구 우선 설치지역만 다를 뿐 개념과 각종 특혜 등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개성공단처럼 군사분계선(MDL) 남쪽 접경지역에 우리의 기술과 자본, 북한의 노동력을 결합한 특구를 설치하자는 것이다.
특구에는 정부 지원은 물론 세제 감면, 기반시설 지원,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법률의 적용 배제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접경지역 지자체들은 법 제정과 함께 특구가 조성되면 남북 긴장완화와 한반도 공동체 실현 외에도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커 법안 제정을 기대하고 있다.
경기연구원은 330만㎡ 통일경제특구 조성 때 9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7만 명 고용유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통일경제특구법안은 17대 국회인 2006년 당시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이 파주에 개성공단에 상응하는 통일경제특구를 설치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것을 시작으로 18대 국회 때 4건, 19대 국회 때 7건이 발의됐으나 번번이 입법에 실패한 바 있다.
접경지역 지자체는 남북관계 개선으로 연내에 법안이 제정되길 기대하고 있다.
박정 의원은 남북통일시대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북한과 가장 가까운 파주시와 고양시 등 경기 북부 10개 시·군을 '평화통일특별도'로 묶고 경기도지사 관할이 아닌 평화통일특별도지사 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ns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