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피의사실 다툴 여지 있어"…검찰 "기각사유 검토하겠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채용비리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구속하려던 KEB하나은행 함영주 행장이 구속을 피하면서 '윗선'을 향해 가던 검찰은 수사 속도와 방향 조절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서부지법 곽형섭 영장전담판사는 1일 함 행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심리하고 오후 11시 20분께 그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지난 4월 하나은행의 전직 인사부장 2명을 구속기소 하면서 윗선의 공모 여부를 파헤쳐 온 검찰의 채용비리 수사에는 다소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정영학 부장검사)는 윗선 인사들을 최근 줄줄이 조사했다. 지난달 24일에는 하나금융 사장 출신인 최흥식 전 금감원장, 29일엔 김정태 KEB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조사했다.
검찰은 최 전 원장을 조사한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 함 행장을 불러 조사했고, 30일에는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함 행장의 구속영장을 전격 청구했다.
함 행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최 전 원장과 김 회장 등의 사건 공모 단서를 더 확보하는 방식으로 윗선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곽 판사는 "피의사실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고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하면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사유를 밝혔다.
통상적인 구속 사유인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데다 범죄 혐의가 성립하는지까지도 다퉈볼 부분이 있다는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 기각 직후 "기각사유를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영장을 기각한 사유에 법리적 보완점이 있는지 살피는 한편 함 행장의 채용비리 연루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는지 보강수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면 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하나은행이 사외이사 또는 계열사 사장과 관련된 지원자들에게 사전에 공고하지 않은 전형을 적용하거나 임원면접 점수를 높게 주는 등 입사 관련 특혜를 주는 데 함 행장이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하나은행은 면접 이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위스콘신대 등 특정 학교 출신 지원자의 점수를 임의로 올려주고 가톨릭대, 건국대, 동국대, 숭실대, 명지대, 한양대 분교 지원자의 점수를 낮춘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남녀 채용비율을 정해 선발하거나 남성을 합격시키기 위해 순위조작을 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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