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서 병역기피·땅투기 의혹, 전과 등 알리는 현수막 게시
(전국종합=연합뉴스) 6·13 지방선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전국 주요 도시의 교차로마다 상대 후보를 겨냥한 현수막이 게시돼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의혹을 제기한 후보 측은 '인물 검증'이라고 주장하지만, 상대 후보는 '네거티브'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진행된 각종 선거에서는 현수막이 후보자의 치적을 알리고 비전을 제시하는 등 홍보용으로 주로 이용됐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상대 후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거나 비판하는 데 현수막이 적지 않게 목격된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따르면 지방선거 출마 후보는 해당 선거구가 속한 읍·면·동마다 최대 2장의 현수막을 걸 수 있다.
길이 7.8m, 높이 1.2m에 불과하지만, 인구 이동이 많은 교차로 등에 게시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공보물과 함께 후보를 홍보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다.
이 때문에 현수막에는 후보자 얼굴, 정당, 이름, 기호와 함께 슬로건이나 정책 공약을 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대전시장 선거에 출마한 자유한국당 박성효 후보는 '발가락, 군 면제 의혹 시민을 속일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를 넣어 만든 현수막을 게시했다.
박 후보뿐 아니라 대전지역 한국당 소속 구청장 후보와 광역·기초의원들도 같은 문구를 적은 현수막 수백장을 내걸었다.
더불민주당 허태정 후보가 젊은 시절 발가락을 다쳐 군대 면제를 받은 것과 관련해 '병역 회피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박 후보 측은 현수막 문구에 대해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받았다"며 "이는 네거티브가 아닌 후보자 검증"이라고 주장한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민주당 소속 전임 대전시장과 충남지사가 도덕성 문제로 낙마하지 않았느냐"며 "상대 후보의 도덕성을 검증하는 현수막과 함께 정책 공약을 알리는 현수막도 상당수 게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허 후보 측은 "대전시장과 국회의원을 지낸 박성효 후보가 각종 토론회 등에서 네거티브로 일관하더니 선거 현수막에도 네거티브 내용을 담았다"며 "네거티브를 하는 후보는 반드시 낙선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강원지사 선거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당 정창수 후보가 '레고랜드 7년, 최문순 후보는 뭐 했느냐'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건 것이다.
정 후보는 TV 토론회 등에서 "수차례에 걸친 기공식과 착공식, 멀린사와 불평등 계약, 엘엘 시공사의 비리와 부패, 하중도 문화재 유적지 훼손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며 "레고랜드의 모든 의혹에 대해 명백히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최문순 후보는 "문화재 보존 문제로 늦어지고 있을 뿐"이라며 "영국 멀린사의 투자계획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으나 멀린의 3천150억원 춘천 레고랜드 투자계획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결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경기 수원시장 선거에 나선 한국당 정미경 후보는 '그것이 알고 싶다. "입북동 땅"'이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했다.
정 후보 측은 현직 시장인 민주당 염태영 후보가 사이언스파크 사업 발표 직전인 2014년 해당 토지를 매입, 땅 투기를 한 의혹이 있다며 지속해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염 후보 측은 "사실이 아닌 내용을 '의혹 제기'란 이름으로 지적해 유감"이라며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충남 천안에서는 민주당 구본영 후보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일을 놓고 민주당과 한국당이 격돌했다.
한국당 박상돈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구본영 뇌물수수 혐의 검찰 기소, 6월 20일 재판'이란 문구를 적은 현수막을 천안지역 곳곳에 게시했기 때문이다.
유권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이라는 박 후보 측 주장에 구 후보 측은 네거티브라고 맞서고 있다.
박 후보 측은 "현수막 문구 가운데 어디 한 군데 거짓이 있는지 밝혀 달라"며 "천안시민이 구 후보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 선관위 질의회신을 받아 현수막을 게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충남도당은 "출처도 명시하지 않은 현수막을 내건 것은 박 후보가 흑색선전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네거티브를 중단하고 정책선거에 임해 달라"고 촉구했다.
경기 화성시장 선거에서는 민주평화당 김형남 후보가 민주당, 한국당, 바른미래당 후보의 캐릭터와 함께 '전과자 시장 NO, 전철을 유치한 김형남 YES'라는 글이 담긴 현수막을 내걸었다.
김 후보 측은 "도로교통법 위반, 뇌물공여, 직권남용 등의 전과를 가진 다른 후보들에게 시정을 맡길 순 없다"며 "시민의 올바른 판단을 돕기 위해 현수막을 걸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서철모 후보 측은 "후보가 잘못한 점은 인정하지만, 유권자의 수준이 매우 높아 더는 네거티브 선거가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상대 후보를 향해 의혹을 제기하거나 약점을 들춰내는 선거 전략이 득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다수의 유권자에게 선거 피로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대전지역 정가 관계자는 "선거전이 본격화하면 이런 형태의 전략 방식이 더 늘 것"이라며 "초기에는 지지층 결집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반복되면 해당 현수막 게시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아지는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현 강영훈 한종구 기자)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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