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충격과 반전으로 출렁이던 북한 비핵화 협상이 8~9부 능선을 넘어가고 있다. 북한 비핵화와 체제 안전 보장을 놓고 북한과 미국이 큰 틀의 합의를 본 것으로 여겨진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에게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친서를 전달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확정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제 두 정상 사이에 최종 담판만 남았다. 실패하는 정상회담은 없다고 한다. 판문점, 싱가포르, 뉴욕에서 삼중으로 진행되던 실무 협상에서 이견이 상당히 좁혀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비핵화 전에는 경제제재를 해제하지 않는다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아예 중단된 것은 물론 아니다. 실무회담 결과를 토대로 두 지도자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비전과 구상을 보여주는 통 큰 결단을 하기 바란다.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방식과 미국의 빅뱅식 일괄타결 해법이 '신속한 단계적 비핵화'로 접점을 찾은 게 아닌가 싶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을 만난 뒤 싱가포르 회담 외 추가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도 그런 맥락으로 읽힌다. 그동안 북한은 단계적으로 핵을 폐기하고, 그때마다 미국이 상응한 보상 조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미국은 핵과, 그 운반 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초기에 포기해야 체제안전, 제재 해제 등 보상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었다. 두 정상은 현실적인 절충점을 찾아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와 체제 안전 보장을 주고받는 '세기의 빅딜'을 성사시켜야 할 것이다. 두 지도자는 몇 달 전만 해도 평화와는 거리가 먼 인물들로 보였다. 이제 두 정상의 결단과 의지로 한반도평화가 성큼 다가왔다. 국제사회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길 바란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언급한 한반도 종전선언 가능성에 주목한다. 종전선언은 국제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이지만 한반도평화 정착에 시동을 건다는 의미가 있다. 정전 상태를 끝내는 동시에 미래의 전쟁도 없다고 약속함으로써 평화체제가 만들어질 때까지 북한에 안전을 제공한다는 성격이 있다. 종전선언이 언제 어떤 식으로 될지는 유동적이다. 남북미의 종전선언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싱가포르 북미회담에 합류할 가능성이 나온다. 남북미의 종전선언과 평화 다짐은 한반도 군사적 긴장완화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종전선언 추진 과정에서 중국의 오해나 불만을 사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이다. 한국전쟁의 당사국이었던 중국은 한국과 이미 수교해 적대 관계를 청산했으므로 종전선언에 굳이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해석이 있으나 중국 쪽에서 그와 다른 얘기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 주변 강국들의 협력은 필요조건이다. 이 국가들이 '패싱(배제)' 의구심을 갖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합의 후 한국, 중국, 일본이 대북 원조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한 데서도 볼 수 있듯이 안보든 경제든 동북아에서 새로운 질서는 이 나라들의 참여 없이는 구축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한반도신경제지도 구상 실행을 비롯해 우리의 대북경협 준비도 착실히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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