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220만명이던 탐방객 반토막…후보마다 해결방안 제시
세조길 연장, 수목원·사찰정원 조성, 콘도미니엄 유치 등 다양
(보은=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속리산은 1970년대까지 한 해 220만명이 찾는 중부권 최대 관광지였다. 수학여행과 신혼여행 코스로 각광받으면서 사시사철 관광객이 넘쳐났다.
변변한 산업시설이 없는 충북 보은군과 주민 입장에서는 수 십년 동안 속리산 관광에 기대어 먹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속리산 관광산업은 이전과 딴판이다.
손님이 북적거리던 음식점과 숙박시설은 파리를 날리고, 경영난을 견디다 못한 상인들은 줄줄이 가게 문을 닫고 있다.
속리산 관광산업의 침체는 급변한 관광패턴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유명 관광지마다 대형 리조트나 놀이시설 등이 앞다퉈 들어섰지만, 속리산에는 그 흔한 콘도미니엄 하나 없다.
관광코스도 단조롭기 그지없어 예나 지금이나 정이품송 앞에서 기념사진 한 장 찍고, 법주사를 둘러보면 끝이다.
2년 전 법주사∼세심정 구간에 새로 뚫린 '세조길'이 그나마 반짝 인기를 누리는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속리산 관광 활성화는 이 지역 선거 때마다 어김 없이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6·13 지방선거 보은군수에 출마한 후보들도 맥빠진 속리산 관광에 활력을 불어넣을 적임자가 자신이라며 장밋빛 개발 전략을 쏟아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인수 후보는 속리산 비룡저수지를 수상레저 관광단지로 개발하고, 말티재와 장재저수지 주변에 짚라인 등 레포츠시설을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세조길을 복천암까지 연장하고, 속리산 가을축제인 속리축전도 부활시켜 예전의 영광을 되찾겠다고 공언한다.
자유한국당 정상혁 후보는 말티재 주변 중판지구 100㏊에 건강수목원 조성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곳에 황토 10리길을 개설하면서, 간기능·혈액·당뇨·혈관·비만·스트레스·피부 등에 좋은 맞춤 숲을 조성해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바른미래당 구관서 후보는 어린이 체험용 놀이시설과 콘도미니엄 유치를 공약했다.
낙후된 상업지구의 건물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고, 모노레일 설치, 구병산 도예가 마을 조성 등도 관광 활성화 전략에 담았다.
무소속 김상문 후보는 국내 최대 사찰정원 조성과 슬로우시티 인증 등을 활성화 방안으로 제시했다. 비룡저수지와 서원계곡을 힐링코스로 개발하고, 삼년산성∼복천암 둘레길과 상설 민속 소싸움 대회장 건립 등도 약속했다.
일부 겹치는 공약도 있다.
세조길 연장은 김인수·김상문 후보가, 민속 소싸움 대회장 건립은 구관서·김상문 후보가 나란히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주민 반응은 무덤덤하다. 선거 때마다 비슷한 공약이 쏟아져나왔지만, 제대로 이뤄진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박성노 속리산관광협의회장은 "속리산 관광 패턴을 획기적으로 바꾼다는 공약이 선거마다 등장했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는 없다"며 "문화재 관람료 폐지나 케이블카 설치 등도 말만 풍성했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달 초 이 지역 한 주간 신문사에서 발표한 여론조사는 후보 4명 중 3명이 오차 범위에서 시소게임을 벌이는 것으로 나왔다.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초박빙 승부가 펼쳐지면서 속리산 주민들의 표심도 선거의 향방을 가를 변수로 등장하는 중이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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