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가 아니니 멘탈 중요해"
안경 벗고 팔에 문신…모르는 외국인 선수 퍼팅 습득
(서귀포=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밋밋한' 시즌을 보내던 조정민(24)이 기록 제조기로 돌변하더니 약 2년 만에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조정민은 3일 제주도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제주 컨트리클럽(파72·6천319야드)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에서 최종합계 23언더파 193타를 기록하며 시즌 첫 우승을 거뒀다.
약 1년 10개월 만에 거둔 통산 3승째다.
특히 KLPGA 투어 54홀 최소타 기록을 새로 쓰며 달성한 우승이어서 더욱 뜻깊다.
조정민은 2017년에는 우승이 없었다. 준우승은 2번 있었기에 특별히 부진에 빠졌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차라리 부진에 빠졌다면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동기 부여가 됐을지도 모른다. 조정민은 재미가 없다고 느낄 정도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었다.
2018시즌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조정민은 앞선 10개 대회에서 모두 컷을 통과했다. 그러나 3월 한국투자증권 챔피언십 6위가 최고 순위일 만큼 두드러지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조정민은 시즌 11번째 대회인 롯데칸타타 여자오픈을 앞두고 마음을 재정비했다.
조정민은 "멘탈 코치님께서 '남은 10개 대회는 어떻게 만들고 싶나'라는 질문을 받고 3가지를 바꾸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 효과가 빨리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먼저 제 경기가 밋밋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강약을 확실히 조절하고자 했다. 또 나쁜 기운이나 에너지가 보이면 확실히 잘라주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어떤 상황이 와도 차분히 대처해보자고 했다"고 '3가지 결심'을 소개했다.
이 마음가짐의 변화는 3라운드에서 빛을 발했다.
조정민은 단독 2위 최민경(25)의 거센 추격을 받았다.
조정민이 전반 타수를 줄이지 못하는 사이 최민경이 치고 올라오면서 한때 공동선두에 오르기도 했다.
조정민은 "전반에 치고 나가려는 생각이 있었는데 공이 벙커로 가면서 어려움이 많았다"면서도 "민경 언니가 따라붙으리라 예상했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고 후반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흔들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한 조정민은 후반 버디 6개를 잡아내며 탄력을 받았다. 결국 최민경을 6타 차로 멀리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조정민은 "후반 연속 버디가 나와서 모멘텀을 탔기 때문에 신나게 쳤다"며 웃었다.
그는 "올해 조금 힘든 흐름으로 가고 있었는데, 이번 우승으로 털어버리는 계기를 만든 것 같다. 긍정의 에너지가 돌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조정민은 '멘탈 관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라고 밝혔다.
"제가 타이거 우즈처럼 칠 수 있으면 멘탈 관리가 많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 능력이 안 되면 멘탈로 보완하려고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은 정신력이 강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조정민은 외적 변화로도 단조로움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안경을 벗었고, 치아 교정을 하고 있다. 팔에는 '모든 순간이 기회다(Every moment is an opportunity)'라는 글을 문신으로 새겼다.
조정민은 "골프에 변화를 준다기보다는 저에게 변화를 주려고 외적 변화도 많이 줬다. 그런데 와 닿지는 않더라"라며 "내적으로 변화를 주는 게 더 와 닿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면 변화의 성공으로 조정민은 54홀 최소타 기록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출전 기회도 덤으로 얻었다. 롯데칸타타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 이듬해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 출전권을 받기 때문이다.
조정민은 "기록을 하나하나 써 가면서 저의 커리어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54홀 신기록에 굉장히 만족한다"며 기뻐했다.
LPGA 투어 경험은 조정민에게 새로운 동기 부여를 제공할 전망이다.
그는 "올해 LPGA 투어 호주여자오픈에 나갔었는데 외국 선수들에게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도 외국인 선수의 퍼팅 연습을 보고 영감을 받아서 우승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이런 기회를 얻는 것은 굉장한 행운"이라며 기대했다.
조정민은 이번 대회에 스폰서 초청으로 출전한 외국인 선수의 연습을 보고 공을 홀까지 직진으로 보내는 것에 집중해야겠다고 깨달았다.
그 선수의 국적과 이름도 모르지만, 자신에게 변화를 주는 데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 대회에 출전한 외국인 선수 펑체(대만)와 제네비브 링 아이-린(말레이시아)은 모두 컷 탈락했다.
조정민은 16번홀에서 최민경을 따돌리는 결정적 버디를 잡는 데 이 훈련의 효과를 봤다고 밝혔다.
자신을 '20위 내 선수들을 부러워하는 22위 정도의 선수'라고 표현한 조정민은 이번 우승을 발판으로 메이저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며 "기대되는 시즌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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