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붕괴건물 주민들 "한달 전부터 사고 조짐…구청 수수방관"(종합)

입력 2018-06-03 18:09   수정 2018-06-03 18:12

용산 붕괴건물 주민들 "한달 전부터 사고 조짐…구청 수수방관"(종합)

"용산 센트럴파크 공사시작 후 기울고 균열…민원 넣어도 조치 없어"
박원순 후보 현장방문…"구청·시청, 위험건물 직접 챙겨야"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3일 낮 12시 35분께 갑작스럽게 무너져 내린 서울 용산구 4층짜리 상가 건물이 한 달여 전부터 균열이 생기는 등 붕괴 조짐이 있었다는 거주자들의 증언이 나왔다.
한 세입자는 지난달 용산구청에 건물에 균열이 생기고 기울었다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구청 측이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무너진 건물 세입자인 정모(31)씨는 "지난달 9일 건물에 금이 간 것이 발견됐다"며 "사진을 찍어 용산구청에 민원을 넣었지만 별다른 조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건물에 이상이 있어 어떻게 민원을 넣어야 하는지 구청에 문의했더니 사진을 보내라고 해서 이메일로 금이 간 건물 사진을 보냈다"며 "이후 현장을 둘러본다고 하더니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구청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 내역도 공개했다.
건물 1층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60·여)씨는 "건물 옆에 효성건설이 공사를 시작한 뒤 부터 건물이 이상 증세를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달부터는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고, 에어컨 있는 벽이 튀어나오는 등 건물의 이상 증세가 심해졌다"며 "건물 벽에 금이 간 곳도 많이 발견됐다"고 했다.
무너진 건물은 1966년 건축된 것으로 파악됐다. 건물 소재지는 용산 재개발 5구역이며, 건물 준공 이후 증·개축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건물은 위험시설물로 관리되지 않았다고 관할 용산구는 밝혔다.

용산구 관계자는 "위험시설물은 사전 순찰을 통해 인지하거나 민원이 접수되면 전문가 안전진단을 받아 지정하는데 해당 건물을 위험시설물로 인지한 사실이 없고, 별도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재개발 5구역은 10여년 전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고, 현재 조합이 설립돼 시공사 선정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조합 설립 이후에는 건물 철거 등 안전에 대해서는 조합이 책임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 세입자들에 대한 보상은 조합에서 처리하고, 구청은 행정지원과 현장 정비 등 사후관리를 할 것"이라며 "통합지원본부를 구성해 주민들에게 인근 건물 입주 등 대책을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건물 균열 민원 제기에는 "민원이 들어왔다는 것을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구청 직원이 민원을 받았는지, 어떤 대응을 했는지 등은 조사해봐야 한다"며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세입자로부터 이메일로 민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용산구청 직원은 "(세입자가 보낸) 이메일 주소는 맞다"면서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 공식 입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붕괴 현장 인근 주민들은 효성건설이 2016년께 '용산 센트럴파크 공사'를 시작하면서 주변 건물들에 균열이 생기고 이상이 나타났지만, 구청이 안전을 위한 전수 조사 등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 주민은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후보가 현장을 찾자 "지난해부터 건물이 약간 기울기 시작했다"며 "특히 효성건설이 발파작업을 한 뒤부터 건물에 금이 갔다. 구청은 주민 안전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박 후보는 "재개발 지정과 별개로 구청이 위험건물이라고 판단되면 직접 챙겨야 한다"며 "재개발지역에 노후 건물이 많으니 조합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p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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