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현장 보고서] ⑧ "고래 틈 새우 처지"…장용수 KF객원교수

입력 2018-06-05 08:30  

[한국학 현장 보고서] ⑧ "고래 틈 새우 처지"…장용수 KF객원교수
말라야대 한국학과 개설 추진…"日·中 자국학 진흥하는 이유 살펴봐야"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말레이시아 최고 명문인 말라야대학은 1996년 동아시아학과에 한국학 전공을 개설했고 KF는 이듬해인 1997년부터 지금까지 객원교수를 파견하고 있다.
말라야대에서 한국어교육을 펼치는 장용수(49) KF 객원교수는 지난 2일 연구실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교육도 중요하지만 한국학이 뿌리내리도록 돕는 게 객원교수 역할"이라며 "한국학과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어 교육 담당 교수인 그는 동아시아학과 내의 한국학 전공자와 아시아유럽어학과 한국어 강좌에서 중·상급의 한국어를 가르친다.
한국학과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단독학과가 만들어져야 나중에 대학원 과정도 개설할 수 있다. 한국학 전공자들이 학문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일"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전북대학교에서 한국어 교육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원광대·군산대·우석대 등에서 한국어를 가르쳤다. 해외에서는 중국 칭다오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다가 KF 객원교수로 지원해 이집트 대학(2014∼2015년)을 거쳐 2016년 말라야대로 옮겼다.
장 교수는 "1980년대 첫 학과 개설 때부터 지금까지 교수 파견과 장학지원이 이어지는 일본학이나 이 나라 경제를 쥔 화교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중국학에 비해 한국학은 두 고래 틈에 끼인 새우처럼 입지가 좁은 상황"이라며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대학 당국에 학과 개설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류에 편승한 한국학 발전은 한계가 있다며 말레이시아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한국학을 심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0년대 시작된 말레이시아 동방정책의 핵심은 '일본 배우기'였기에 대학이 일본 정부의 지원 규모에 상관없이 일본학과부터 만들었습니다. 지난 5월 재집권한 마하티르 총리는 동방정책을 도입한 사람인데, 이제는 일본보다 한국을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국학과 설립을 추진해 볼 만한 상황이지요."
장 교수는 단독학과를 설립하려면 박사학위를 소지한 교원이 최소 4명이어야 하는데 2명이 부족하므로 KF나 한국학중앙연구원 등에서 파견을 확대해 주길 희망했다. 그러면서 "일본학과는 박사가 8명이고 학생들은 졸업 전에 90% 이상 교환 유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을 경험하고 있다. 중국학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에서 싱가포르 다음의 고임금 국가이고 인구도 3천2백만으로 많지 않지만 이슬람 의장국이기에 이곳에서 생산한 제품은 중동 전역에 검증된 제품으로 팔릴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며 "일본과 중국이 자국 학문 진흥에 힘을 쏟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wakar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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