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커 EU 집행위원장 "긴축 강요 그리스 사례, 伊서 되풀이 돼선 안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에 1일 유럽연합(EU)에 적대적인 포퓰리즘 연정이 출범하며 유럽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EU의 좌장 격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새 정부의 의도에 대해 짐작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이탈리아 새 정부에 다가갈 것"이라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3일 발간된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탈리아인들은 EU의 실세인 독일이나 프랑스의 노예가 아니다"라고 말한 이탈리아 극우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의 발언에 대한 견해를 말해달라는 질문에, 메르켈 총리는 직접적인 답변을 피한 채 "현안에 대한 논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맹은 '오성운동'이 주도하는 이탈리아 포퓰리즘 연정의 파트너다. 강경한 난민 정책을 주장해온 살비니 동맹 대표는 새 정부의 부총리 겸 내무장관을 맡아 향후 EU의 난민정책, 회원국에 긴축을 요구하는 EU의 재정정책 등에 반기를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이탈리아 북부에서 열린 집회에서도 난민들을 겨냥, "좋은 시절은 끝났다. 그들은 짐을 싸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또 이날 발행된 인터뷰에서 "독일은 미국의 역할을 포함해 세계 질서가 변화하는 시기에 유럽의 목소리가 들리게 하고, 유럽의 행동 능력을 보호하는 데 관심이 있다"며 EU 회원국들의 연대를 촉구하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아울러 이탈리아 새 정부가 당초 유럽중앙은행(ECB)에 2천500억 유로의 채무 탕감을 요구하려 했던 것에 대해서는, "유럽연합을 채무연합으로 이끌어 가서는 안된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이탈리아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32%의 국가 부채를 안고 있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그리스 다음으로 빚이 많다.
메르켈 총리를 비롯한 EU 주요 관료들은 이런 상황에서, 유로존 3위의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에 복지 확대, 감세 등의 재정 지출 확대 정책을 공약하고, 예산협약을 비롯한 EU의 주요 정책과 엇박자를 예고하고 있는 포퓰리즘 정권이 출범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현해 왔다.
한편,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2일 독일 풍케 미디어그룹과의 인터뷰에서 막대한 채무를 지고 있는 이탈리아 새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리려는 계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우리는 이탈리아를 존중해야 한다"며 채무 위기로 인해 혹독한 긴축을 강요받고, 국민들의 존엄이 짓밟힌 그리스의 사례가 이탈리아에서 되풀이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융커 위원장은 "이탈리아인들은 그들을 위해 무엇이 좋은지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며 "그들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융커 위원장은 이탈리아의 포퓰리즘 정권 탄생이 임박했던 지난 달 31일 이탈리아를 비하하는 듯한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그는 당시 "이탈리아는 가난한 지역을 잘 돌봐야 한다. 그것은 더 열심히 일하고, 부패하지 않으며 진지해지라는 의미"라며 "이탈리아는 EU에 책임을 떠넘기는 게임을 하지 말아야 한다. EU 회원국 국가들이 먼저 책임을 져야 하고, EU는 두 번째다"라고 말해 이탈리아의 반발을 샀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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