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헝가리 이어 또 반난민 캠페인으로 선거 이겨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동유럽 슬로베니아에서도 4년 만에 우파 정당이 총선에서 승리를 거둘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슬로베니아 국영 방송 등은 야네즈 얀샤(60) 전 총리가 이끄는 반난민 성향의 슬로베니아민주당(SDS)은 이날 끝난 조기 총선 출구조사에서 24.4%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미디언 출신으로 지난해 대선 결선투표까지 진출했던 마르얀 세렉 캄니크 시장이 창당한 반체제 정당 '리스트' 당(LMS)이 SDS의 뒤를 이어 12.6%를 득표할 것으로 전망됐다.
경제 호황 속에 치른 이번 조기 총선에서 SDS는 반난민 정책을 앞세워 표심을 자극했다.
슬로베니아는 정부 철도사업 관련 국민투표 결과를 대법원이 인정하지 않고 재투표를 하라고 판결한 뒤 올 3월 15일 미로 체라르 총리가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임하면서 예정보다 1주일 앞당겨 총선을 치렀다.
2004∼2008년, 2012∼2013년 두 차례 총리를 지내며 슬로베니아의 경제성장을 이끈 얀샤 전 총리는 핀란드산 장갑차 부패 스캔들로 6개월 구속됐다가 재심 결정을 받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앙 정치로 복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는 지난달 유세에서 난민을 독(毒)이라 부르며 유럽 기독교 문화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를 초청해 난민 문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최근 트위터에는 "헝가리는 난민정책 덕분에 안전한 나라가 됐고 벨기에는 그렇지 못한 정책 때문에 안전하지 않은 나라가 됐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슬로베니아는 구유고슬라비아연방 중 국민소득이 가장 높은 나라로 2015년 난민 사태가 벌어졌을 때 발칸 루트인 그리스, 마케도니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를 거쳐 유럽으로 가려는 난민들의 종착지 중 한 곳이었다.
당시 슬로베니아를 거처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서유럽으로 들어간 난민 수도 50여만명으로 추산된다.
이탈리아, 그리스보다는 난민 문제가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헝가리, 오스트리아에서 지난해부터 잇따라 우파, 극우 정당들이 난민 이슈로 총선에서 승리를 거둔 상황이 슬로베니아에서도 재연됐다.
미로 체라르 전 총리가 이끈 집권당인 현대중앙당(SMC)은 한 자릿수 안팎의 득표율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중도 좌파 정부는 4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반난민 성향의 SDS가 제1당이 될 것이 확실시되나 연정 출범은 상당히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세렉이 이끄는 리스트 당이나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D)은 얀샤 전 총리를 시대착오적 인물로 규정하면서 선을 긋고 있다.
얀샤 전 총리도 이날 투표소에서 인터뷰하면서 "(연정 구성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 진지한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슬로베니아 총선은 25개에 이르는 정당이 난립한 가운데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로 90명의 의원을 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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