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서면조사 그친 최경환, 이번엔 핵심 수사대상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검찰이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외교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사실상 재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2015년 시민단체와 감사원의 고발장을 접수해 부실투자의 책임 소재를 따져봤으나 일부 에너지 공기업 사장의 독단적 판단이었다는 결론에 그친 바 있다. 이번 수사에서는 청와대를 비롯한 '윗선'이 의사결정에 개입했는지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4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해 수사의뢰를 받고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황병주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검찰은 산업부의 조사결과를 넘겨받아 2015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의 수사기록과 함께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과거 수사에 미진한 부분이 있었는지부터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지난해 11월 '해외자원개발 혁신 TF'를 구성하고 81개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대해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 광물자원공사의 멕시코 볼레오 동광, 가스공사의 캐나다 웨스트컷뱅크 가스전 등 3개 사업과 관련한 새로운 의혹이 나왔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3년 전에도 이들 자원개발사업과 관련한 비리 의혹을 수사했으나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과 김신종 전 광물자원공사 사장을 배임 혐의로 기소하는 데 그쳤다. 그마저도 법원은 1·2심 모두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합리적 경영상 판단"이라는 전직 사장들 주장에 무게를 실어줬다. 주강수 전 가스공사 사장은 수사단계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재수사는 당시 의사결정 과정 전반을 둘러싼 의혹을 명확히 규명하는 데 우선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가 자원외교를 핵심 국정과제의 하나로 삼고 해외자원개발에 심혈을 기울인 만큼 공기업 사장의 독자적 판단에서 투자가 이뤄지지는 않았을 거라는 의심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은 2015년 수사 당시 해외투자의 경제성 평가가 적절했는지 등 에너지 공기업 사장들의 배임 혐의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하베스트 유전 인수에 관여한 의혹을 받은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면조사에 그쳤다.
이번엔 최경환 전 장관이 하베스트 인수 등을 지시했는지를 다시 가려달라는 산업부의 수사의뢰 취지에 따라 우선 기록을 검토해 범죄 혐의 성립 여부를 따져볼 방침이다.
석유공사는 2009년 자원개발업체 하베스트의 정유부문 자회사인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을 인수하는 데만 1조3천700억원을 들였으나 2014년 인수비용의 3%에도 못 미치는 329억원에 매각했다. 강 전 석유공사 사장은 하베스트 인수협상이 결렬된 이후 최 전 장관을 면담했고, 이틀 뒤 NARL까지 얹어 인수하기로 했다.
이번 수사는 진행상황에 따라 에너지 공기업 사장 또는 최 전 장관의 배임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를 찾는 수준을 넘어 금품거래 등 권력형 비리를 파헤치는 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 전 장관은 이미 지난 3월 참여연대와 석유공사노조에 의해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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