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이번엔 '기념비적 협정' 맺을까…美상원 '문턱'이 변수

입력 2018-06-0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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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이번엔 '기념비적 협정' 맺을까…美상원 '문턱'이 변수
美행정부, 합의결과 '협정화' 검토…상원 3분의 2 이상 동의가 관건
1994년 제네바합의때 의회반대 의식해 '기본합의'…협정 아닌 이란 핵합의는 최근 파기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북한과 미국 정상이 오는 12일 싱가포르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와 체제보장에 관한 합의를 이뤄낸다면 이를 '협정'(treaty)으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미국 ABC뉴스는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역사적 정상회담에 나서면서 '기념비적인 협정'(landmark treaty)이 의제에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인 짐 리쉬(공화) 상원의원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모두 북한과 이뤄낼 어떤 합의든 협정(treaty)의 형태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쉬 의원은 이어 "그것은 우리와 북한 모두에 좋은 일"이라며 "북한으로서는 후임 행정부가 뒤집을 수 있는 행정협정(executive agreements)이 아니라는 사실에 의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것은 바로 협정(treaty)이 될 것"이라면서 "그들(트럼프 대통령 등)은 협정으로서 (의회에서) 표결이 이뤄질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쉬 의원의 설명대로 북미 정상의 합의를 조약과 같은 법적 효력을 갖는 협정으로 만들 수 있다면 이는 행정부 차원을 넘어 미 의회가 입법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쉽게 번복할 수 없는 구속력을 갖춘다는데 의미가 크다. 이는 추후 한국이 참여한 가운데 평화협정 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합의를 도출해내는 과정에서도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사적으로 핵 협상이 타결된 후 미국이 협정으로 만든 사례는 드물다. 1994년 10월 북미가 제네바에서 핵 협상을 타결할 때에도 미국 의회의 반대 기류를 의식해 법적 효력을 갖는 '합의'(Agreement)가 아닌 '기본합의'(Agreed Framework)로 체결된 바 있다.
2015년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가 이뤄낸 이란 핵합의(KCPOA)도 협정이 아니었다. 트럼프 현 대통령이 쉽사리 최근 파기를 선언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다. 당시 의회의 비준을 피해간 이란 핵합의를 두고 '행정부 감시라는 의회의 헌법적 기능을 무시한 것'이라고 분노한 상당수 상원의원은 결국 '2015 이란핵합의 검증법안'을 통과시켜 이란이 합의 조건을 준수하는지 90일마다 재인증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의미있는 비핵화 합의나 평화협정 체결에 합의하더라도 의회의 문턱을 쉽게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힘들다.
기본적으로 행정부가 협상한 내용을 토대로 한 타국 정부 또는 국제기구와의 협정은 상원에서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비준될 수 있다.
대통령이 상원에 협정 비준결의안을 보내면서 '조언과 동의'를 요청하면, 상원 외교위가 찬성, 반대, 또는 '의견 없음' 중 하나로 보고를 해야 한다. 외교위가 찬성 의견으로 표결할 경우 협정안은 상원 전체회의 심의로 넘어간다.
상원은 또 행정부가 제출한 협정안을 수정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다.
ABC에 따르면 미 상원이 협정에 찬성한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 3월 몬테네그로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승인이고, 협정을 부결시킨 일은 지난 2012년 장애인 차별 금지에 관한 유엔 협정을 거부한 게 마지막 사례다.
의회 비준 여부와 별도로 북미 정상이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심각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비판론도 제기된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그 영향을 완전히 알지 못하고 평화협정의 길로 가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평화협정에 동의하면 유엔군 사령부의 법적 정당성이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미국과 한국 내에서 "전쟁이 마침내 끝났다. (군 복무 중인) 우리 청년들을 집으로 데려오자"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이 휴전선 가까이에 광범위한 재래식 무기와 병력을 배치한 점을 들어 "미국과 한국은 북한 핵 위협이 제거되고 재래식 위협이 감축될 때까지 평화협정에 서명해서는 안 된다"며 협정에 앞서 "전방에서 북한 병력을 제한하거나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군 병력에 관한 투명성을 제고해 어느 한쪽이 갑자기 침략할 가능성을 줄이는 게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오판의 위험은 물론 긴장을 줄일 수 있다"면서 "평화협정은 미국과 동맹국들에 중대한 안보 영향을 갖기 때문에 반드시 의회에 비준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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