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 첫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득보다 실 커진다"

입력 2018-06-04 12:08   수정 2018-06-04 16:06

국책연구기관 첫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득보다 실 커진다"

KDI 선임연구위원 "2년간 연 15%씩 올리면 내년 9만6천명 감소"
최저임금 논의 영향 주목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이 국책연구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공식적으로 내놨다.
내년 이후에도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면 고용 시장에 작지 않은 충격이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4일 최경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2년간 최저임금을 연 15%씩 올리면 그로 인한 고용감소 규모가 2019년 9만6천 명, 2020년 14만4천 명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용 감소 규모는 2000∼2004년에 최저임금을 실질 기준 60% 인상한 헝가리 사례를 다룬 관련 논문을 국내 상황에 적용해 추정한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주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부 일자리 안정자금이 없는 경우를 가정했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KDI포커스에 실린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글에서 "최저임금 급속한 인상이 계속되면 최저임금 인근에 밀집된 임금근로자 비중은 급속히 증가하고, 최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증가하면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영향 탄력성 값도 증가한다"고 전제하고서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최저임금 수준이 매우 높아지면 고용감소와 더불어 서비스업이나 저임금 단순노동에 종사하는 근로자 취업이 어려워지는 등 임금 질서 교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국내 최저 임금이 선진국 못지않은 수준에 달했다는 점도 속도 조절이 필요한 이유로 제시됐다.
프랑스가 2005년 최저임금이 임금 중간값의 60%에 도달한 후 임금 질서 교란 때문에 추가 인상을 중단했는데, 한국은 2018년 기준으로 그 비율이 55%라고 그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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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저임금 근로자가 동일한 임금을 받게 되면서 지위상승 욕구가 사라지고 인력 관리가 어려워지는 등 문제가 생기거나 최저임금 근로자가 증가하면서 정부 지원금 소요 규모가 확대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최 선임연구위원은 덧붙였다.
그는 현재 국내에서는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월 190만원 이하를 받는 근로자에 대해 일자리 안정자금이 지원되는데 지원 규모가 확대하면 임금 인상 시 정부 지원금을 못 받게 될 것을 우려한 사업주가 임금을 인상하지 않아 190만원이 근로자의 임금 상한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내놓았다.
제반 상황을 고려할 때 내년 이후에는 최저임금 인상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최 선임연구위원이 내린 결론이다.
그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따른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최저임금 인상은 큰 부작용 없이 정착되고 있으며, 저임금 근로자 일자리의 개선이라는 소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으나 "향후 급속한 인상이 계속되면 예상되지 못한 부작용을 낳아 득보다 실이 많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이 내년에도 15% 인상되면 최저임금의 상대적인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높은 프랑스 수준에 도달하는 만큼 최저임금 인상속도를 조절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앞으로 2년간 같은 비율로 최저임금을 인상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2020년 1만원'을 달성하려면 2019년과 2020년에 15.24%씩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 선임연구위원이 이날 공개한 글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향후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책연구기관 구성원이 명확히 밝힌 첫 사례다.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두고 정부 안팎에서 논쟁이 가열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수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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