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막을 수 있었다…사전 징후 뚜렷"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서울 용산구 4층짜리 상가 건물 붕괴사고와 관련해 건설·건축 전문가들은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사고를 막지 못한 데 아쉬움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단순히 건물의 노후 문제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부실 시공과 인근 공사장에서 발생한 진동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주영규 교수는 4일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전날 사고와 관련해 "미리 적절한 조치를 하거나 건물 출입을 막는 등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경우는 없다"며 "어떤 건물이든 무너지기 전에 상당한 징후를 보인다. 이번에 무너진 상가 건물도 공개된 사진을 볼 때 이미 한 달 전에 외벽이 배불뚝이처럼 불룩해지는 징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성균관대 건설환경공학부 김진구 교수도 "50년 넘게 전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은 무너질 수도 있다는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조금 더 정밀한 점검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을 두고는 근처 공사장에서 발생한 진동으로 구조물의 힘이 약해졌을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부실한 시공이 원인일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주 교수는 "(무너진 상가 건물은) 가운데 구멍이 뚫린 시멘트 벽돌을 수직으로 쌓고 그 구멍에 철근을 넣어 일체화하는 방식으로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구조의 건물은 바닥이 흔들리면 벽돌이 서로 조금씩 엇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고현장 주위에 공사현장이 많아 지반에 진동이 많이 발생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 때문에 벽돌이 엇나갔을 가능성이 있다"며 "(거주자가 촬영한 사진에서) 벽이 불룩하게 나온 모습을 보면 벽돌이 수직을 유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부실공사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는 "오래됐다고 건물이 다 무너지지 않는다. 시공만 매뉴얼대로 했다면 50년이 아니라 100년도 쓸 수 있는데, 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1960년대에 지은 건물이기 때문에 시공이나 감리가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오래된 건물의) 내부가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 부실하게 시공됐는지 알 수 없어서 1970년대 이전에 지은 건물들은 더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3일 오후 12시 35분께 4층짜리 상가 건물이 순식간에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해 건물에 있던 거주자 이 모(68·여) 씨가 다쳤다. 1966년 지어진 이 건물은 연면적 301.49㎡에 1∼2층은 음식점, 3∼4층은 주거공간이었다.
정확한 붕괴 원인은 경찰과 소방 당국의 합동 정밀감식을 통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방경찰청 화재감식팀, 서울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기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 대한토목학회,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는 붕괴 원인을 찾기 위해 이날 합동감식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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