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성 "당시 이재국장이 주도적 문서 조작"…아소 "사퇴 안 해"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자신과 연관된 대표적 '사학 스캔들'인 모리토모(森友)학원 사태의 수습에 나서고 있어 국면전환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4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은 이날 오후 모리토모 학원에 대한 국유지 헐값 매각 파문과 관련, 자체 조사결과 등을 발표했다.
이 파문은 아베 총리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와 가까운 사이인 사학재단 모리토모학원이 국유지를 헐값에 매입하는 과정에서 아베 총리 부부가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재무성은 매각 업무가 이뤄질 당시 이재국장이었던 사가와 노부히사(佐川宣壽) 전 국세청 장관이 문서를 조작했다면서 정직 3개월에 상당하는 퇴직금 감액 처분을 하기로 했다.
사가와 전 장관은 아베 총리가 지난해 2월 국회 답변에서 자신과 부인 아키에 여사의 관여를 전면 부정한 것을 계기로 정치가 이름이 기재된 문서 내용을 "외부에 보여서는 안 된다"며 문서 폐기와 조작이라는 방향성을 주도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가와 전 장관은 부하 과장에게 "담당자에게 맡기지 말고 확실히 살펴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재무성은 총 20명에 대한 처분을 발표했지만 이중 사가와 전 장관에 대한 처분이 가장 무거운 것이다.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급여 1년치를 자진 반납할 것이라며 "조작은 당시 이재국에서 한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면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진지하게 반성하고 재발 방지책 마련에 힘쓰겠다"며 "내 리더십 하에서 신뢰 회복을 꾀할 것이며 진퇴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아키에 여사에 대한 손타쿠(忖度·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알아서 행동함) 여부에 대해선 "인정할 수 없다"고 부인했다.
아베 총리는 앞서 정부·여당 회의에 참석, 모리토모 학원 문제에 대해 "행정에 대한 국민 신뢰를 손상한 사태로 책임을 통감한다"며 "조직과 제도 개선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1년 넘게 자신의 발목을 잡고 내각 지지율 하락에 일조한 모리토모 학원 사태를 이번 재무성 조사결과 발표를 계기로 수습, 행정을 다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오사카(大阪)지검 특수부는 지난달 31일 사가와 전 장관과 재무성 직원 등 38명 전원을 불기소 처분했다.
사가와 전 장관 등을 고발한 시민단체는 4일 이들에 대한 불기소로 검찰이 재무성 담당자에게 면죄부를 줬다며 검찰 처분을 심사할 것을 오사카 검찰심사회에 정식 요청했다. 검찰심사회는 검찰 처분이 타당한지를 판단하게 된다.
야당이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의 사임을 계속 요구하는 가운데 아베 총리의 또다른 사학 스캔들인 가케(加計)학원의 수의학부 신실 특혜 논란도 진행형이다.
정부가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아베 총리가 사태 수습에 나서는 형국이지만 '솜방망이 처분'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면서 비판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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