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동맹 불안 속 독일·프랑스 'EU 강화 하모니'

입력 2018-06-04 17:09  

대서양동맹 불안 속 독일·프랑스 'EU 강화 하모니'
유럽판 IMF 기금 설치 등 유로존 개혁 '한목소리'…비용분담이 관건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유럽연합(EU)의 '쌍두마차'인 독일과 프랑스가 손을 잡고 EU 개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3일(현지시간) 보도된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EU 개편의 밑그림을 제시했다.
이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작년 9월 밝힌 EU 재건 구상에 대해 직접 자세히 화답한 것이라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가했다.
여기에는 파리기후변화협정과 이란핵합의 탈퇴, 유럽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 등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으로 미국과 유럽 간 대서양동맹이 파열음을 내는 가운데 EU의 자생력을 키우려는 포석이 깔렸다.



메르켈 총리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공동투자기금과 5천억유로(626조 원) 규모의 구제기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중 구제기금은 유럽판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경제위기 대처용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유럽통화기금(EMF) 설치 구상과 유사한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이 제안한 유럽 공동의 방위군 구성에 대해서도 지지했다. EU 국가들의 방위비 중복 지출 등 비효율성을 줄이자는 것이다.
EU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태도가 EU 회원국들이 많은 문제에 대한 이견들을 덮어두고 이처럼 연대의 끈을 죄도록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독일의 재정 부담을 우려하는 보수진영을 의식해 EU 개혁안에 대한 언급을 피하던 메르켈 총리가 마크롱 대통령의 행보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메르켈 총리는 EU의 제도적 변화와 관련, "세계가 EU 목소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 관리들은 메르켈 총리의 EU 개편 방안을 마크롱 대통령의 구상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환영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로존 공동 예산제 실시와 유로존 재무장관 신설, 법인세율 단일화 등도 주장하고 있지만, 관련 예산과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지가 관건이다. 유로존의 2대 경제 대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가장 많이 분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프랑스의 한 관리는 이런 문제에 대해 프랑스와 독일이 앞으로 수주일 간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국은 이달 말까지 유로존 개혁의 로드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두 나라 정상은 오는 8∼9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별도로 만나 로드맵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kms123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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