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일요일인 지난 3일 낮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든 사고가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났다. 용산에 있는 지상 4층짜리 상가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져내렸기 때문이다. 건물이 무너지면서 불꽃이 치솟고 주변에 있던 자동차들이 파손됐다. 붕괴 당시 1, 2층 음식점은 휴일이라 문을 닫았고, 3, 4층 거주자 4명 중 1명만 건물에 있다가 경상을 입었다고 한다. 사고 규모와 비교하면 인명 피해가 크지 않았다는 게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식당가에 손님이 몰리는 평일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가정하면 아찔해진다.
특히 인근에 지하 5층, 지상 43층의 빌딩 신축이 진행된 반년 전부터 해당 건물이 이상 징후를 보여 주민들이 민원을 지속해서 제기했지만, 용산구청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분노를 사고 있다. 주민들은 빌딩 신축 현장에서 발파가 진행되자 건물 곳곳에 균열이 생겼다며 사진으로 찍어 시공업체와 용산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한다. 특히 붕괴한 건물 외벽은 지난달에도 곳곳이 부서지고 담이 불룩 튀어나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용산구청은 현장조사까지 나왔지만, 위험시설물로 지정하는 등의 안전조치는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사고가 돌발적인 천재(天災)가 아니라 예고된 인재(人災)임을 구청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이번 사고는 도심 재개발 구역 안에 있는 일정 규모 이하 노후 건물들이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1966년 지어진 이 건물은 용산 재개발 5구역에 들어있다. 이 일대는 2006년 4월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12년이 넘도록 아직 관리처분 인가가 나지 않아 이 건물이 철거되지 않았다고 한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고 관리처분이 나오기까지 이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면 이번 상가같이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이 건물이 지금까지 한 번도 안전점검이나 진단을 받은 기록이 없다는 점은 더 문제다. 정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을 특정관리대상시설로 지정해 안전점검을 의무화했지만, 판매시설의 경우 연면적 1천㎡ 이상 시설만 대상으로 해 이 건물(301.48㎡)은 빠져 있다. 사후약방문격이지만 서울시가 사고 후속대책으로 도시환경정비구역 지정 뒤 아직 관리처분 인가가 나지 않아 철거하지 못하는 309곳을 대상으로 노후건물 긴급 안전점검을 벌이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용산 상가붕괴 사고는 아직 경찰과 소방당국 등 관계기관의 합동감식이 진행 중이어서 정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부실시공, 건물 노후화, 주변 공사장의 진동 때문으로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의 거듭된 민원 제기에도 현장 조치를 외면한 용산구청의 행태는 우리 사회 안전불감증의 실상을 드러냈다. 또 도심 재개발과 아파트 재건축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법과 제도의 미비로 안전관리 사각지대가 널려있다는 점도 사실임을 일깨워줬다. 이런 안전불감증과 안전관리 사각지대를 방치하면 대형 참사가 도심 한복판에서 언제든 터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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