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문 대통령 지지층 과다 반영"…전문가 "일반적인 현상"
"과거 선거 득표율 기준 보정해야" vs "보정이 오히려 변화된 민심 왜곡"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6.13 지방선거 여론조사를 놓고 야당 측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최근 페이스북에서 "경남 MBC와 리얼미터의 최근 조사에서 800명 샘플 조사를 했는데 문재인 지지자가 400명이 응답하고 홍준표 지지자는 그 절반인 200명이 응답했다"며 지난 대선에서 자신이 이겼던 경남 지역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최소한 20% 이상 편향된 조사로, 여론조작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경남 MBC와 리얼미터가 지난달 29~30일 8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남 광역단체장 선거 여론조사'를 보면 제19대 대선에서 투표를 안 하거나 누구를 찍었는지 잘 모른다고 대답한 이들을 제외한 763명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을 찍었다고 답한 이들은 408명이었고, 홍준표 대표를 찍었다고 답한 이들은 207명이었다.
문 대통령 지지자의 비율이 53.47%로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경남 지역 실제 득표율(36.73%)보다 16.74%포인트 높았고, 홍준표 대표 지지자의 비율은 27.12%로 홍 대표의 득표율(37.24%)보다 10.12%포인트 낮게 나타났다.
다른 조사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이런 경향이 드러난다.
한국리서치와 KBS가 지난달 8~9일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 정기조사 국정운영평가, 정당지지도 조사'에서는 지난 대선에 참여했다고 응답한 834명 중 문 대통령 지지자의 비율은 68.82%(574명)로 실제 득표율(41.08%)을 27.74%포인트나 웃돌았고, 홍 대표 지지자는 10.67%(89명)로 실제 득표율(24.03%)보다 13.36%포인트 낮았다.
이런 현상은 야당 성향 유권자들이 응답을 꺼린 결과로, 이번 선거 여론조사의 특수한 현상이 아니라 과거에도 나타났던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마디로 조작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일례로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일신문과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의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서울시장, 인천시장, 경기도지사 선거 등에 관한 여론조사'에서는 제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선택했다고 한 응답자가 666명으로 '무투표/무응답자'를 제외한 1천110명 중 60%를 차지해 박 전 대통령의 실제 득표율(51%)보다 9%포인트 더 높았던 반면, 문재인 후보를 선택했다는 응답자는 36%로 실제 득표율(48%)보다 12%포인트 낮았다.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들은 "다수의 의견이 어느 한쪽으로 모이고 있을 때 소수가 의견을 숨기는 이른바 '침묵의 나선 효과'에 의해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응답 시 자신의 성향을 숨기는 '샤이 보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여론조사에서 통제할 수 없는 것"이라며 조작 의혹을 부인했다.
이처럼 야당 성향의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거나 응답을 꺼리는 현상을 보완하기 위해 전체 유권자의 성별, 연령대별, 지역별 구성 비율을 기준으로 가중치를 부여해 조사 결과를 보정하는 것처럼 최근 선거 득표율 등을 기준으로 '정치성향 가중치'를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하나 반대 의견도 많다.
선거 여론조사 기준에도 조사지역 전체 유권자의 성별, 연령대별, 지역별 구성 비율 등을 기준으로 가중치를 부여하고 그 가중값 배율을 밝히도록 하면서 이 방법 외에 과거 선거 투표율이나 과거 선거 후보자 득표율에 따른 보정을 추가로 수행할 경우에는 가중값 산출 및 적용 방법 등을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지난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런 방식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보정했던 일부 여론조사기관이 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여심위)로부터 과태료를 부과받은 적이 있다"며 "현재 업계에서 이런 방식이 거의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2016년 당시 과태료를 부과받은 업체는 18대 대선 득표율을 반영해 가중치를 부여했는데 선관위에서 공식적으로 최종 발표한 득표율이 아니어서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정치성향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이 엄밀한 방식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홍준표 후보에게 투표했음에도 '다른 후보에게 투표했다' 또는 '모르겠다'고 거짓 답변한 응답자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홍 대표 소속 정당이 아닌 다른 당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크고, 홍준표 후보에게 투표했던 사람 중 여론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이들 중 상당수는 실제 투표에도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 선거 득표율을 기준으로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이 오히려 변화된 민심을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여론조사에서 인구비례에 따라 할당을 해서 응답을 받으려면 성별처럼 그 기준 자체가 고정되어 특정할 수 있어야 하고, 응답자의 거짓 응답에 따라 왜곡되지 않아야 하는데, 지난 선거 득표율은 거짓 응답에 따라 왜곡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가중치를 두는 기준으로 사용하기에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또 다른 여론조사 전문가는 "최근 선거 득표율 가중을 하지 않을 경우 정치성향별로 과대 또는 과소 표집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결과가 도출될 수밖에 없다"며 최근 선거 득표율에 따른 가중치 반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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