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호공공주택지구 지정에 중소건설사·입주예정자 "공공의 갑질" 반발
LH "공공주택 보급을 위한 정책사업…일부 피해 불가피"
(대구=연합뉴스) 이재혁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입주자를 모집하고 착공을 앞둔 중소 건설사의 주택사업지를 공공주택지구에 포함해 토지수용권 남용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업체는 땅이 강제수용될 상황에 부닥치자 '공공의 갑질'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5일 대구 주택업체인 '군월드'에 따르면 LH는 지난달 15일 타운하우스 '연호로제티움' 사업지(1만4천여㎡)를 포함한 대구 수성구 연호·이천동 일대를 공공주택지구(89만7천㎡)로 지정 고시한다고 발표했다.
LH는 지난 4일까지 주민 의견청취·공람에 이어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내년 하반기 지구 지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타운하우스는 관리주체가 있는 단독주택단지로, 군월드가 2016년 5월 수성구 만촌동에 분양한 1차 단지(만촌로제티움) 성공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졌다.
지난해 2차 사업으로 수성구 이천동에 단독주택 47가구를 짓기로 하고 신청자를 모았다.
이 회사는 토지를 매입한 뒤 입주희망자에게 개별 토지 소유권을 이전해주고 집을 짓는 방식으로 사업한다.
2016년 승인된 사업을 승계해 공매로 땅을 인수한 뒤 지난해 11월 입주희망자들에게 토지 소유권을 이전하고 건축 도급계약을 마쳤다.
그러나 온천수 개발을 위해 토목 굴착공사를 시작한 날, 대구시와 LH가 연호공공주택지구가 이 땅을 포함해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발표하자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다.
회사 측은 "정부의 중소기업 재건 방침과 사유재산권 보호라는 헌법 가치를 역행하는 공권력 남용이다"며 반발했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 사업지는 제1종일반주거지역으로 민간이 주택사업을 진행 중인 곳이어서 분쟁이 뻔한데도 토지수용권을 무기로 중소 건설사를 막다른 길로 몰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 "1차 사업지 준공 시기에 맞춰 회사 자금 수요가 많은데 2차 사업지를 묶어 자금 흐름을 막아버렸다"며 "3차 사업을 홍보 중인 상황에서 수요자 신뢰를 잃으면 사업을 지속할 수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동군 군월드 대표는 "계약자 가족과 일일이 만나 어떤 식으로 집을 지을지 협의하는 중에 날벼락을 맞았다"며 "타운하우스 개념이 생소한 지역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느라 쏟아 부은 비용과 노력이 물거품이 될 지경이다"고 하소연했다.
입주예정자들도 날벼락을 맞기는 마찬가지다.
토지 구입비 50%를 대출금으로 충당한 이들은 새집 마련의 꿈은 고사하고 기약 없이 이자만 물게 됐다.
회사 측은 타운하우스에 입주할 것을 기대하고 땅값과 공사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살던 집을 이미 팔아 전세로 들어간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군월드 직원과 입주예정자 40여명은 지난달 말 LH 대구경북지역본부 사옥 앞에서 항의집회를 한 데 이어 2일 인근 사찰, 교회, 주민 등과 연대해 국민신문고 청원 등 적극적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대해 LH 대구경북지역본부는 공공주택 보급을 위한 정책사업 과정에서 일부 피해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LH는 "해당 업체가 피해를 보는 것은 안타깝지만, 공공주택 보급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원론적 입장만 고수하며 피해 업체와 주민 접촉을 피하고 있다.
또 지난달 항의집회를 마친 군월드와 입주예정자 민원 접수를 '집단으로 몰려 왔다'는 이유로 거부하기도 했다.
LH 관계자는 "지구 지정을 확정하면 내년 7월께 지구계획 수립 후 이해 관계자와 협의를 거쳐 보상 절차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해 당사자들이 지구 지정을 수용하더라도 토지 보상이나 대체지 제공 등에 대한 협의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한 곳에 민간 사업지가 있더라도 법적 문제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1일 고시한 토지이용구상안에 단독주택 용지로 지정한 곳이 이 회사 사업지가 일부 겹치는 것으로 나타나 '사업주체가 꼭 관이어야 하느냐'는 반발도 사고 있다.
이 대표는 "우리가 주택을 조성하는 곳을 단독주택용지로 지정한 국토교통부 고시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관이 민간사업을 빼앗아 똑같은 사업을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yi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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