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의 경험 풍부, 경호·보안 인프라 갖춰 유력 후보지 거론
매년 '아시아안보회의' 개최…2015년 시진핑-마잉주 양안 회담도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싱가포르 정부가 6·12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오는 10일부터 14일까지 샹그릴라 호텔 주변 지역을 '특별행사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이 호텔이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제회의 유치 경험이 풍부하고 경호와 보안 인프라가 잘 갖춰진 샹그릴라 호텔은 그동안 현지언론이 가장 유력한 회담장 후보지로 꼽아온 곳이다.
싱가포르 본섬 한복판에 있는 이 호텔은 전 세계에 95개 호텔과 리조트를 보유한 다국적 호텔 기업 '샹그릴라 호텔스 앤드 리조트'社가 1971년 4월에 문을 연 첫 번째 호텔로 747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제2의 보태닉 가든'으로 불리는 15에이커(약 6만700㎡) 규모의 정원과 1천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아일랜드 볼룸 등 다수의 연회장, 정상급 인사의 숙소로 활용될 수 있는 348㎡ 크기의 최고급 스위트룸도 있다.
국제회의에 최적화한 인프라를 갖춰 실제로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국제회의장 역할을 해왔다.
특히 2002년 출범한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주관 아시아 최대 연례 안보회의인 '아시아안보회의'가 매년 이곳에서 열린다. 올해도 지난 1∼3일 17차 회의가 열렸다.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의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안보전문가 등이 참가하는 이 안보회의는 개최장소의 이름을 따 '샹그릴라 대화'로 불린다.
북한이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한 후 한반도 문제가 샹그릴라 대화의 주요 의제로 부상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주요국 당국자와 안보전문가들은 매년 이 곳에서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대응 전략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뿐만 아니라 이 호텔은 역사적인 양안(兩岸) 갈등 중재 장소로도 유명하다.
2015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당시 대만 총통의 역사적 첫 정상회담이 바로 이 곳에서 열렸다.
1949년 중국과 대만이 분단된 이후 66년 만에 만난 양안 정상은 당시 이 호텔에서 손을 맞잡고 양국 관계의 평화적 발전 방향을 논했고 핫라인 설치에도 합의했다.
이 호텔 정원에는 오솔길 옆으로 갖가지 나무와 꽃들이 피어 있고, 오솔길 끝에는 '오키드 그린하우스'로 명명된 목조 건축물이 자리 잡고 있다.
바구니 모양을 한 오두막 형태의 이 건축물 안쪽은 세계 각국에서 가져온 다양한 난(蘭)으로 장식돼 있다. 오두막 안에는 최대 4명이 앉아 식사할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도 마련돼 있다.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장소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만약 이 호텔이 회담장으로 결정된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란히 오솔길을 걸은 뒤 오두막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장면도 연출할 수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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