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단체 주도로 내달 13일 타이베이 명소 부근 설치 예정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중국의 대표적인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의 타계 1주기를 맞아 추모 조형물이 대만에 들어설 예정이어서 중국과의 갈등이 예상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한 류샤오보 사망 1주기인 내달 13일 공개될 예정인 이 조형물은 수도 타이베이의 명소인 초고층빌딩 '타이베이 101' 근처에 설치될 전망이다.
미국에 등록된 비영리단체인 '류샤오보의 친구들'을 설립한 우얼카이시(吾爾開希)는 최근 타이베이 시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조형물 건립 계획을 밝혔다.
1989년 중국 톈안먼 사태 당시 민주화 시위를 주도한 뒤 대만으로 이주한 우얼카이시는 "류샤오보에 대한 애도를 표출할 수 있는 장소가 없다는 사실에 큰 슬픔을 느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대만은 민주주의와 자유에 가치를 두며 이곳은 중국 정부의 심각한 위협을 상징한다"며 조형물을 대만에 설치하기로 한 이유를 밝혔다.
이 청동 조형물은 빈 의자 형상을 포함한다.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중국 정부의 탄압으로 시상식에 참여할 수 없었던 상황을 상징한 것이다. 또 의자 맞은편에는 류샤오보의 글이 적힌 큰 책에 장미가 놓이게 된다.
의자와 책 사이에는 노벨상과 비슷한 모양의 8피트(243㎝) 크기 메달이 자리잡는다. 이 메달에는 류샤오보의 얼굴과 '나에게는 적이 없다'는 그의 유명한 어록이 영어와 중국어로 새겨진다.
류샤오보는 2008년 12월 세계인권의 날에 '08헌장'을 발표해 공산당 일당체제 종식 등 광범위한 민주개혁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2009년 12월 국가전복선동죄를 적용받아 징역 11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그는 민주화 활동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직접 받을 수는 없었고, 노벨위원회 측은 텅 빈 의자에 메달을 걸어주는 이벤트를 했다.
류샤오보는 복역 중 간암 판정을 받아 지난해 7월 사망했다.
'류샤오보의 친구들'은 일단 조형물 설치를 위해 3개월짜리 임시 허가를 받았으며 영구 설치 허가를 신청한 상황이다.
'국경없는 기자회'와 중국 인권을 위한 대만 연합회 등 비정부기관들, 현지 의원들도 조형물 건립 프로젝트 지원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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