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의 돼지 신부' 맥그린치, 명예 한국인 됐다

입력 2018-06-05 17:45   수정 2018-06-05 18:08

'푸른 눈의 돼지 신부' 맥그린치, 명예 한국인 됐다
64년간 제주도서 봉사…사후 헌정으로는 최초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6·25전쟁 직후 제주도에 건너와 64년간 우리나라 국민을 위해 헌신하다가 지난 4월 선종한 패트릭 J. 맥그린치(한국명 임피제) 신부가 명예 대한민국 국민이 됐다.
법무부는 5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대회의실에서 맥그린치 신부에게 명예국민증을 헌정하는 행사를 열었다.
맥그린치 신부는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 '소록도 천사'로 유명한 마리안느·마가렛 간호사에 이어 네 번째로 명예국민증을 받게 됐다. 사후 헌정으로는 처음이다.
법무부는 맥그린치 신부의 생일(6월6일)을 하루 앞두고 열린 헌정 행사에서 조카인 레이먼드 맥그린치 씨와 제주교구 천주교회 유지재단의 마이클 리어던 신부에게 명예국민증과 기념 동판을 수여했다. 줄리언 클레어 주한 아일랜드 대사도 맥그린치 신부의 고국을 대표해 참석했다.


1928년 아일랜드 레터캔에서 출생한 맥그린치 신부는 26세 때인 1954년 성 골롬반 선교회 사제로 제주도에 부임해 64년간 봉사의 삶을 살았다.
전쟁과 4·3사건 이후 가난과 굶주림에 고통받던 제주도 사람들을 위해 직물회사와 신용협동조합을 만들어 경제적 자립의 토대를 제공했다.
맥그린치 신부는 주민들과 함께 황무지를 개간하고 선진 축산기술을 도입한 성 이시돌 목장을 아시아 최대 양돈단지로 만들었다. 이때부터 '푸른 눈의 돼지 신부'라는 애칭을 얻었다.
성 이시돌 목장을 근간으로 우유·치즈·사료 공장을 설립하고 수익금으로 양로원·요양원·호스피스 병원 등을 세우기도 했다.
맥그린치 신부는 심근경색과 심부전증 등 허혈성 심질환으로 입원 치료를 받다가 올해 4월 23일 선종했다.
법무부는 제주를 찾는 이들이 맥그린치 신부의 고귀한 생애를 알고 봉사 정신을 기억할 수 있도록 명예국민증을 동판으로 제작해 고인의 묘역에 설치할 계획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64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겸손과 섬김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한 맥그린치 신부님의 숭고한 인류애와 희생정신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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