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수사 당시 '협력 방안'으로 제시
김무성 등에 힘 쏠리자 상고법원 법안 들고 "주도권 제안 방식 접근"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5일 법원행정처가 추가 공개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 문건에는 사법부가 청와대 등과 우호적 관계를 맺기 위해 영장심사까지도 협상 카드로 삼은 게 아닌지 의심케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날 공개된 '성완종 리스트 영향 분석 및 대응 방향 검토' 문건을 보면 법원행정처가 2015년 4월 터진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사법정책을 추진하는 데 어떤 영향을 줄지,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등을 검토한 내용이 나온다.
문건은 이 사건이 당시 행정처가 강력히 추진하던 '상고법원' 도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하고 청와대·국회 등과의 '협조 및 우호 관계 유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행정처는 문건에서 "정치적 수사로 인한 무리한 영장청구와 기소에 따른 후폭풍으로 법원의 부담이 예상된다"며 "특히 6월 임시국회까지는 영장의 적정한 발부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검찰의 리스트 수사와 관련해 "기소 전까지는 적정한 영장 발부 외에는 다른 협력 방안이 없다"며 리스트 외의 기존 관심 사건에 대해 "BH(청와대) 측의 입장을 최대한 경청하는 스탠스로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문건에 적었다.
이는 일선 법원의 고유 권한인 체포·압수수색·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당시 정치적 상황과 사법부 추진 사업 등과 연계시킨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법원행정처가 정식 재판뿐 아니라 영장심사까지도 협상 카드로 여긴 게 아니냐를 두고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법원행정처는 당시 여권 주요 인사들을 겨냥한 성완종 리스트 사건 수사로 청와대의 국정 장악력이 약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대책을 검토하는 문건도 작성했다.
해당 문건은 여권의 무게 중심이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에게로 옮겨간다고 보고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이들에게 접근할 필요성을 검토하는 내용이다.
특히 김무성 대표에 대해서는 "독자적인 정치세력을 추구하고 이에 자부심을 갖는 스타일"이라며 "상고법원 안에 관해 김 대표에게 주도권과 결정권을 제안하는 듯한 형태로 접근할 여지가 있다"고 적혀 있다.
2015년 3월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가 '부정부패와 전면전'이라는 국민 담화를 낸 데 대해 정국 전망을 예상한 문건도 공개됐다.
문건은 이 전 총리의 담화를 '조기 레임덕 방지를 위한 집권 3년차 어젠다'라고 평가하면서도 "결국 한시적인 정치적 구호로 끝날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또 이 전 총리가 친이계에 경고를 보내고 당정청 관계에서 주도권을 탈환하기 위해 방산비리·자원비리 등을 꺼내 들었지만, 이는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마무리될 것이라 내다봤다. 아울러 기업 사정(査正) 역시 경제 활성화에 동참을 요구하는 의미로 해석되나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사정 장기화는 부담스러울 것으로 예상했다.
문건은 "총선에 임박한 시점에 각종 게이트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 현 정권 인사에게 예기치 못한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불과 한 달 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의 금품거래 의혹 수사가 시작되면서 의혹에 연루됐던 이 전 총리가 물러나는 등 이런 전망은 일부 현실이 됐다. 이 전 총리는 작년 말 성완종 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무죄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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