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간부가 해외 비밀요원의 명단까지 외국에 팔아넘긴 사실이 드러난 것은 놀랄만한 일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군사기밀을 해외에 빼돌린 혐의로 전 국군정보사령부 간부 황 모 씨와 홍 모 씨를 최근 구속했다. 정보사에서 공작팀장으로 근무한 황 씨는 지난 2013년부터 수년간 군사기밀 100여 건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정보사 공작팀장 출신인 선배 홍 씨에게 돈을 받고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홍 씨는 이 정보를 국내에서 활동하던 외국의 요원에게 되팔았다.
황 씨가 넘긴 정보에는 외국에서 활동 중인 우리 요원의 명단 같은 민감한 정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돈 앞에서는 국가안보는 물론 전우의 안위도 안중에 없었다. 국가안보의 최일선에 서야 할 정보사 요원이 `안보 장사치'였던 셈이다. 군 당국은 이름이 노출된 해당 요원들의 신변 안전을 위해 긴급히 귀국시켰다고 한다.
정보사는 통상 위관급에서 해외요원 후보를 차출해 6개월∼1년간 집중교육을 한 뒤 해외로 파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원들은 대체로 중령급까지만 해외에서 활동한다고 한다. 해외요원들은 신분이 한 번 노출되면 더는 활동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황 씨 등의 행위가 국가안보 망에 끼친 손실은 적지 않을 것이다.
정보사는 대한민국 국군의 첩보 부대다. 말 그대로 상대의 정보나 형편을 신속하게 알아내고 보고해야 하는 조직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둘러싼 정보사의 행보를 보면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황 씨 등의 반국가적 범행이 수년간 이어졌는데도 정보사는 국가정보원의 이첩을 통해 지난 4월에야 알았다고 한다. 뒤늦게 진상조사를 거쳐 황 씨를 파면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부산을 떨었지만, 이들에게서 기밀을 사들인 주한 외교관 1명은 귀국해버린 뒤였다.
정보사의 해이해진 보안의식과 안보 불감증을 보여주는 사례는 이번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9월에는 30대 대위 한 명이 정보사 근무 시절 알고 지낸 30대 여성 경찰관에게 SMS(단문 메시지 보내기)를 통해 대북 관련 기밀 등 군사기밀 문건을 수차례 전달한 사실이 발각된 바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 당국은 정보사를 포함한 전 군 조직의 보안실태와 안보태세를 점검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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