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기대 한몸에…결제수수료 0%대 '서울페이' 통할까

입력 2018-06-05 19:05  

자영업자 기대 한몸에…결제수수료 0%대 '서울페이' 통할까
핀테크 기술로 결제단계 줄여 구매자-자영업자 직접 연결
박원순 "올해 도입…간편결제 불붙었다"…김문수·안철수 "비현실적"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편의점을 운영해서 한 달에 180만원을 버는데, 카드 수수료로만 60만원이 나갑니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손에 쥐는 돈이 적어져 올해는 카드 수수료가 총 수익의 절반을 차지할듯합니다."
서울 동대문에서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이성종 사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이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수료를 0%대로 낮춘 간편결제 서비스 공약이 화제로 떠올랐다.
3선에 도전하는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주요 공약으로 '서울페이'를 내세워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확실히 줄여주겠다고 약속했다. 경남도지사에 출마한 같은 당 김경수 후보도 박 후보와 협력해 '경남페이'를 도입하기로 했다.
여기에 정부도 '소상공인페이(가칭)'를 준비하고 있어 신용·체크카드가 주를 이루는 결제 방법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자영업자 카드 수수료 부담 얼마나 되나
카드사는 가맹점 매출의 일정 비율을 카드 수수료로 부과한다.
현재 영세 가맹점(매출액 연 3억원 이하)은 연 0.8%, 중소 가맹점(3억∼5억원)은 연 1.3%의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매출액 5억원 초과 일반 가맹점은 최대 2.5%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자영업자들은 연 매출액이 5억원을 넘지만, 손에 쥐는 돈이 적은 '빛 좋은 개살구'인 경우가 많다며 카드 수수료 인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겉으로는 많은 돈을 버는 것 같지만, 프랜차이즈를 유지하기 위한 각종 비용, 직원 월급 등을 빼면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박원순 후보가 5일 연 자영업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황경섭 피자헛 신도림테크노마트점 점장은 "매장 한 달 매출이 6천만∼6천500만원이기 때문에 겉으로는 돈을 많이 버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그러나 직원 인건비 등을 빼고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월 400만∼500만원이고 여기서 150만∼180만원이 카드 수수료로 나간다"고 말했다.
황 점장은 "가게를 유지하려면 인테리어를 바꾸는 등 투자도 필요하기 때문에 매월 200만원 정도를 가져간다고 보면 된다"며 "카드 수수료만 0%대가 되도 더 바랄 게 없겠다"고 말했다.
이재광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장은 "파리바게뜨의 경우 매장 연평균 매출이 6억8천만원인데, 마진율은 6∼8% 정도"라며 "여기서 카드 수수료 비용으로 2%가 나간다. 1년이면 그랜저 1대 값을 카드 수수료로 낸다"고 말했다.
윤혜순 피자헛 가맹점주협의회장은 "최저임금 인상 이후에도 피자헛은 매장 특성상 인원을 줄일 수 없어 점주들 노동 강도가 세졌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카드 수수료 절감에 적극 협조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시가 지난 4월 소상공인 신용카드 수수료 실태 조사를 한 결과 편의점은 평균 연 매출 6억7천900만원에 영업이익 2천900만원, 카드 수수료가 900만원이었다. 카드 수수료가 전체 수익의 30%를 차지하는 셈이다. 파리바게뜨 등 제빵 프랜차이즈는 이 비율이 52%로 높아진다.



◇ 박원순 "간편결제 흐름에 불붙었다…대세 막을 수 없어"
박 후보가 내세운 '서울페이'의 핵심은 핀테크 기술을 이용해 결제 단계를 대폭 축소하는 것이다.
지금은 카드 결제 때 카드사, VAN사, PG사 3단계를 거친다. 신용카드 수수료가 100원이라면 카드사는 50원을 가져간다. 단말기를 통해 카드사와 가맹점을 연결해 카드 조회·승인이 이뤄지도록 하는 VAN사가 30원, 온라인 거래에 따른 지급·결제업무를 대행하는 PG사가 20원을 가져간다.
서울페이는 신용카드사의 결제 망을 거치지 않도록 해 0%대 수수료를 구현한다.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가맹점의 QR코드를 찍으면 바로 고객 계좌에서 사업자의 계좌로 현금이 이체되도록 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소비자의 계좌를 서울페이에 연동해두거나 카카오페이, 위챗페이처럼 물건을 살 때 필요한 일정 금액을 서울페이 포인트로 충전해둘 수 있다.
이날 자영업자 간담회에서 박 후보는 "중간 단계 없이 곧바로 구매자와 자영업자를 연결하는 서울페이를 발표했더니 중앙정부도 이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카카오페이도 온라인에서 하는 간편결제를 오프라인까지 확장한다고 하니, 이제 불이 붙은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박 후보와 겨루는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서울페이는 중국의 위챗페이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은 카드 사용률이 10%밖에 안 되고 0.5% 수수료가 있다는 점이 국내와 다르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도 "서울페이는 꿈 같은 얘기"라며 비판에 나섰다.
실제로 서울페이가 넘어야 할 벽은 만만치 않다. 카드사들이 극장, 백화점, 레스토랑 할인과 각종 포인트 적립으로 고객을 확보하고 있고, 소비자들도 여기에 익숙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이미 많은 기술적 준비를 했기 때문에 시장으로 당선되면 올해 연말 안으로 서울페이를 시행할 계획"이라며 "서울페이가 한 번 도입되면 그 흐름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만에 하나 카드사들이 (서울페이에) 반발할 경우 대비책도 갖고 있다"며 "이제 카드사들은 다른 사업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순 캠프 관계자도 "교통비용 할인 등 서울페이를 확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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