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이민가족 아메리칸드림 물거품 위기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낮하고 밤 여러 번 지났는데 아빠 왜 안 와?"
미국 뉴욕시에서 선량하게 사는 에콰도르 출신 가족의 아메리칸드림이 산산조각이 날 위기에 몰리자 뉴욕시의회와 주변 이웃들이 보호하고 나섰다고 뉴욕신문 뉴욕포스트와 영국 일간 가디언, 스페인어 신문 엘 디아리오 등이 6일 보도했다.
피자 배달을 하며 아내와 어린 두 딸을 부양하고 있는 파블로 비야비센시오(35)가 난데없는 신원 조사를 받고, 이민 당국에 구금돼 추방당할 처지에 놓였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이들 언론에 소개됐다.
뉴욕시 브루클린 지역의 포트 해밀턴 군기지에 평소 아무런 제지 없이 피자를 배달했던 비야비센시오는 지난 1일 갑자기 정문에서 신원 조사를 당했다.
그는 뉴욕시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신분증을 내밀었으나 통과하지 못한 채 2시간 동안 억류돼있다가 이민세관단속국(ICE)에 구금됐다.
ICE는 조만간 그를 추방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포트 해밀턴 기지측은 성명을 통해 "군 기지 내 법과 질서를 지키고 부대원과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적법한 절차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만 밝혔다.
그의 아내 산드라 치카는 5일 포트 해밀턴 기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편을 어린 딸과 떼놓으려 하는 것은 잔인한 처사가 아니냐"며 "애들이 자꾸 낮과 밤이 많이 지났는데 왜 아빠가 오지 않느냐고 묻는데 난 어떻게 대답해야 하느냐"고 스페인어로 하소연했다.
2008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온 비야비센시오는 2010년 추방 명령을 받기도 했으나 미국에 계속 머물고 있다. 아내와 두 딸은 미국 시민권이 있고 최근 영주권을 신청한 상태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범죄경력도 없고 선량하게 살아가는 사람에게 너무한 처사"라는 등의 동정 글들이 쏟아졌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냉정한 반이민 정책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불거지는가 하면 일부 지역 주민은 항의 시위를 하기도 했다.
뉴욕시의회 저스틴 브래넌 의원은 성명을 내고 "왜 한 가족을 찢으려고 하는가"라며 "이 나라가 그들에게 법적인 지위보장을 위한 방법만 제대로 알려줬다면 아마도 그들은 기를 쓰고 노력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잘못된 이민 제도를 바로잡기보다는 여자와 어린아이들을 내쫓는데 신경을 더욱 쓰고 있다고 브래넌 의원은 지적했다.
hope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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