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터키 등 신흥국 자금유출·통화가치 급락 우려
신흥국 중앙은행 '선제적' 금리 인상으로 대응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다음 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유력한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 내부에서도 긴축설이 급부상하면서 글로벌 긴축 움직임이 분수령을 맞게 됐다.
선진국이 경기 부양책을 접고 돈줄을 죄면 신흥국의 자금이탈과 통화가치 하락을 부채질할 것으로 보여 다음 주가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6월 위기설'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6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ECB 집행위원회 페터 프라트 위원은 이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의 기초 체력으로 볼 때 인플레이션이 ECB 목표치에 이를 것이란 자신감이 커졌다고 밝혔다.
이런 발언은 ECB 집행이사회(GC)가 오는 14일 라트비아에서 통화 정책 회의를 개최하기에 앞서 나온 것이다.
이날 옌스 바이트만 ECB GC 이사도 비슷한 기조의 발언을 내놨다.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 총재이기도 한 그는 인플레이션이 "우리 목표치에 견줄만한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CB가 연내 대규모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중단할 것이란 시장의 전망에 대해선 "그럴듯하다"고 평가했다.
당장 ECB의 긴축설이 불거지면서 유럽 채권 시장에는 매도세가 퍼지고 있다. 독일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 금리가 6일 전날 종가보다 0.1%포인트 오른 0.467%를 보였다.
정치 불안으로 채권 시장도 직격탄을 맞은 이탈리아는 2년물 금리가 0.47%포인트 올라 1.465%까지 뛰었다.
이처럼 ECB 내부에서 양적 완화(QE)의 출구 전략이 임박한 듯한 언급이 나오면서 다음 주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까지 더해져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움직임이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연준은 오는 12∼13일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현재 1.50∼1.75%인 연방기금 금리를 추가 인상할지를 결정한다.
미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금리를 1.75∼2.00%로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93.8%(6일 현재)로 보고 있다.
연준과 ECB에서 나란히 테이퍼링(양적 완화의 점진적 축소) 신호가 감지되면서 신흥국에는 긴축 쓰나미가 덮칠지 주목된다.
미 연준이 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신흥국 등에 유입됐던 해외 투자자금이 고금리를 쫓아 이탈하고 해당국 통화가치가 급락하는 등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신흥 시장에서는 지난 4월 중순 아르헨티나에서 촉발된 통화 위기가 급속도로 번져나가면서 각국에서 투자자금이 순유출되고 통화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충격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터키,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루마니아, 파키스탄 등의 중앙은행은 줄줄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글로벌 머니무브(투자금 이탈) 방어전에 나선 상황이다.
아르헨티나가 세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해 지난달 4일 40%까지 끌어올린 데 이어 터키도 지난달 금리를 13.5%에서 16.5%로 3%포인트 올렸으며, 인도는 지난 6일 4년 만에 금리를 인상해 6.25%로 끌어올렸다.
중남미, 동유럽, 동남아에 앞서 중동에서는 올해 초부터 금리를 인상해 왔다.
지난 3월 연준의 금리 인상을 즈음해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가 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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