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 걸린 고래는 '바다의 로또'?…혼획·판매 까다로워진다

입력 2018-06-10 06:15  

그물 걸린 고래는 '바다의 로또'?…혼획·판매 까다로워진다
DNA 채집 의무화하고 위판량·폐기량 보고…"불법포획·거래 방지"



(세종=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고래가 우연히 그물에 걸린 채 발견돼 수천만원에 팔렸다는 이야기는 매년 수차례씩 심심치 않게 나오곤 한다.
어민에게는 목돈이 굴러 들어오는 행운이기에 '바다의 로또'라고도 불리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고래 혼획(混獲·특정 종류를 잡으려 친 그물에 다른 종이 우연히 걸려 잡히는 일) 절차가 한층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해양수산부는 이 같은 혼획되 고래의 사후 처리 절차와 유통 과정을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엄격하게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 일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고 10일 밝혔다.
해수부는 "의도적인 고래 혼획, 즉 혼획을 빙자한 불법포획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며 "혼획된 고래의 유통 사후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어 관련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지금은 해경이 혼획돼 죽은 고래에 한해 유통증명서를 발급해주면, 신고자는 지정된 수협위판장에 이 증명서를 내고 고래를 팔게 돼 있다.
해경은 혼획된 고래의 90% 이상에 대해 유통증명서를 발급했다고 밝혀왔는데, 논리대로라면 고래 고기의 90%는 수협에서 위판돼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민주평화당 정인화(당시 국민의당) 의원이 해경과 수협으로부터 받은 '고래 혼획 및 포획 현황'에 따르면 2013∼2017년 혼획된 고래는 7천891마리였지만, 수협에 공식 위판된 마릿수는 2천851마리에 불과했다.
혼획된 고래의 최소 절반 이상은 불법 매매됐다는 의심이 가능한 지점으로, 그만큼 현재 고래 혼획과 거래에 허점이 있다는 비판이 나오곤 했다.
해수부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지적이 있어 혼획된 고래의 처리 실적을 비교 검사해 관련 기관에 의무적으로 보고토록 해 불법 매매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며 "고래 위판·매각량을 철저히 관리해 불법포획·유통을 막는 것이 목표"라고 부연했다.


개정안은 우선 해경이 발급하는 유통증명서를 '처리증명서'로 바꾸고, 해경서장에게 신고된 고래가 보호대상 해양 고래류인지 확인토록 하는 의무를 신설했다.
만약 신고된 고래가 보호대상 해양 고래류라면 해수부 장관에게 즉시 알리고, 해수부 장관이 보존 가치를 따져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했다.
개정안은 또한 DNA 시료 채집과 제공을 해야만 처리확인서를 받을 수 주도록 규정했고, 고래를 위판하지 않고 폐기할 때에도 의무적으로 DNA 시료를 채집·제출토록 명시했다. 고래를 폐기하는 경우라도 함부로 버리지 못하도록 처리확인서에 처리 결과를 적어 내는 등의 절차도 마련됐다.
고래 불법포획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해경서장이 유전자 감식을 위해 국립수산과학원장에게 유전자 분석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 규정도 신설됐다.
한편, 지금껏 관행적으로 이뤄진 '깜깜이 거래'를 막고자 위판량과 폐기량 등 고래 처리 현황을 정부에 보고하도록 하는 방안도 갖춰진다.
개정안은 수협이 월별 고래류 처리 현황을 처리 방법별로 구분해 매달 정기적으로 해수부에 보고하도록 규정했고, 고래를 폐기한 시·군·구청장 역시 폐기 현황을 해수부에 알리도록 했다.
해수부는 이 같은 통계를 바탕으로 '고래류 처리 현황'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현재는 포획된 고래 수는 많은데 관리되는 개체 수가 적어 비어 있는 부분의 유통 경로가 확인이 안 되는 때가 많았다"며 "이를 확인하고자 해경·지자체·수협이라는 공적 채널을 정하고, 이들 기관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보고를 받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정안에 대한 이런저런 의견을 모은 뒤 이달 중으로 최종 방침을 정할 예정"이라며 "수협 등에서 올라온 자료를 취합해 체계적으로 고래 유통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추후 정책에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ts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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