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때 강도 높게 선수들 몰아붙여…형처럼 선수들과 소통
(레오강=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월드컵 축구대표팀의 차두리(38) 코치는 훈련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삭발한 머리가 트레이드마크인 차 코치는 일단 훈련이 시작되면 선수들에게 외치는 쩌렁쩌렁한 지시 구호 소리로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훈련 중 요령을 피우는 선수에게는 따끔한 질책을 하는가 하면 훈련 방법이 어긋나면 훈련장이 울릴 정도의 큰소리로 지적한다.
차 코치는 지난 5일 셔틀런(왕복달리기)과 몸싸움 등 고강도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도 가장 앞에서 선수들을 강하게 몰아붙이기도 했다.
'군기반장'이 전부는 아니다.
훈련 중간중간 잠시 휴식을 취할 때는 가까이 다가가 살갑게 이야기를 나누는 등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한다.
특히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 선수로 함께 뛰었던 '캡틴' 기성용(29·스완지시티)과는 수시로 대화하며 애로 사항을 들어 신태용(48) 감독에게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큰 경기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에게는 '맏형'처럼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23명의 태극전사 가운데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는 주장 기성용을 비롯해 8명 뿐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선수로 뛴 차두리 코치는 틈틈이 선수들에게 자신의 월드컵에서 경험을 들려준다.
차 코치는 막내인 이승우(20·엘라스 베로나)와 A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문선민(26·인천), 오반석(30·제주)에게도 먼저 다가가 농담을 건네는가 하면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차 코치가 신태용호에 합류하는 데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차 코치는 처음에는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이 대표팀을 지휘하던 2016년 10월 전력분석관으로 합류했다.
당시 A급 지도자 자격증이 없어 명칭만 전력분석관이었지만 사실상 역할은 코치였다.
그러나 그는 대표팀 합류 6개월 만인 작년 4월 돌연 사퇴했다. 대표팀이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비판받을 때였다. 독일에서 지도자 자격증을 따기 위해 추가 교육을 받아야한다는 게 사퇴 이유였다.
그는 작년 7월 신태용 감독 취임 직후 코치진을 발표하면서 명단에 포함됐다.
사퇴 후 3개월 만의 재합류라서 논란이 적지 않았지만 신 감독은 "선수와 감독 간을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1주일 설득 끝에 승낙을 받아냈다"고 설명했다.
차 코치는 선수로는 월드컵에 나가지 못했던 신 감독을 보좌하는 한편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분위기 메이커, 군기반장까지 맡는 1인 4역으로 코칭스태프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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