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북측에 요청하자 긍정 답변
(서울·세종=연합뉴스) 윤종석 백나리 기자 = 우리나라가 7일 북한의 동의를 얻어 국제철도협력기구(OSJD:Organization for Cooperation of Railway) 정회원으로 가입한 데에는 지난 1일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의 힘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OSJD 가입 문제가 당시 회담의 정식 의제는 아니었지만 남측의 수석대표였던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북측에 따로 부탁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시 고위급 회담은 전체 회의만 했을 뿐 개별 대표의 접촉은 없었다.
이에 국토교통부의 요청을 받은 조 장관이 북측 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에게 우리나라가 OSJD 정회원으로 가입하는 데 도와달라고 당부했고, 리 위원장도 관련 기관과 협의해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정부 내부에서는 이번 OSJD 장관급 회담에서는 우리나라가 정회원국으로 가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일찌감치 형성됐다고 한다.
OSJD는 중국횡단철도(TC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몽골종단철도(TMGR) 등 유라시아 횡단철도를 지나 유럽으로 향하는 대륙철도 노선 운용에 참가하려면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국제기구다.
정부는 2015년부터 OSJD 정회원 가입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다른 회원국인 북한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OSJD 정회원이 되려면 북한을 비롯한 28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하는데, 과거 남북관계가 경색됐을 때에는 협조를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후 북미정상회담 추진과 남북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OSJD 정회원 가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이에 우리나라는 4월 19일 베트남 다낭시에서 열린 OSJD 사장단 회의에서도 정회원 가입에 도전했다.
하지만 그때도 북한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는 남북정상회담을 불과 일주일 앞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후 남북이 두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하고 철도와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에서 경제협력을 하기로 하는 등 남북 화해무드가 급속히 조성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우리나라의 OSJD 가입은 남북관계가 완전히 풀려 교류도 활발해지면 남북 철도를 넘어 대륙철도까지 연결할 길이 열리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TCR와 TSR를 포함해 28만㎞에 달하는 유라시아 대륙철도 노선 운영에 본격적으로 참가할 수 있게 된다.
OSJD가 관장하는 국제철도화물운송협약(SMGS), 국제철도여객운송협약(SMPS) 등 유라시아 철도 이용에 중요한 협약들을 다른 회원국들과 체결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게 돼 노선이 지나는 국가들과 일일이 개별 협정을 맺지 않아도 된다.
OSJD 정회원 가입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에 내놓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의 추진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 구상은 서해안과 동해안, 비무장지대(DMZ) 지역을 H자 형태로 동시 개발하는 남북 통합 개발 전략으로, 대륙철도와 연결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는 동쪽에서는 부산-금강산-원산-나선-러시아로 이어지는 에너지 벨트를 만들고 서쪽에서는 목포-평양-신의주-중국을 연결하는 산업·물류 벨트를 조성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고위급 회담에서 철도 연결뿐만 아니라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위해 남북 간 공동 연구와 조사를 벌이자고 제의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남북 공동 연구 조사 방안에 대해 당시 북측도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며 "이달 말 진행될 분과회의에서 그 내용이 구체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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