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논란속 "소신 지켰다" 평가…전문가 "혁신성장 힘써달라"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놓고 청와대와 이견을 노출했던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는 9일 취임 1년을 맞는다.
그는 취임 1년을 앞두고 다시 경제 사령탑으로서 입지를 다지는 동시에 전열을 정비하는 모습이다.
지난 7일 소득격차 해결을 위한 범부처 현안간담회를 주재한 그는 8일에는 제1차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를 시작하는 데 이어 신세계그룹과 혁신성장 간담회를 하며 컨트롤타워 역할을 재차 부각한다.
◇ 3% 성장 복귀·혁신성장 총대 멨지만…고용 소득격차는 악화
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김 부총리가 취임한 이후 한국 경제는 3년 만에 3%대 성장궤도에 복귀했다. 올해 들어서도 1분기 전분기대비 1.0% 성장하면서 3%대 성장경로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GNI)도 지난해 2만9천745달러를 찍고, 2006년 2만달러를 넘어선 이래 12년 만인 올해 3만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고용과 소득격차는 악화하는 등 국민이 성과를 체감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올해 들어 2∼4월 취업자 수는 3개월 연속 10만명대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31만6천명에 달했던 취업자 증가폭은 올해 들어 4월까지는 월평균 16만8천명에 그치며 20만명 선을 밑돌았다. 이에 따라 정부가 연초 제시했던 올해 신규고용 목표치 32만명을 하향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 가계소득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40%(1∼2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역대 최대로 급감했다.
반면에 소득 상위 20%(5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1분기 기준 역대 최대로 급증해 사상 처음 월평균 1천만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소득분배지표는 2003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악이 됐다.
김 부총리는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제이노믹스) 3대 축 중에는 혁신성장에 방점을 찍고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신설법인 수가 2만6천747개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신규 벤처투자가 6천34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7% 증가했으며 코스닥지수가 32% 상승했다.
다만, 경쟁국은 뛰는데 우리는 걷고 있는 것 같이 속도가 미흡하고 근본적 체질 개선노력이 보이지 않는 데다, 기업과 국민이 실제로 혁신성장의 성과를 느끼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라고 김 부총리는 지난달 혁신성장 보고대회에서 자평했다.
◇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소신'…컨트롤타워 논란 진정되나
김 부총리는 최근에는 최저임금 속도조절론과 관련해 청와대와 이견을 내비치면서 컨트롤타워 논란을 재차 불러일으켰다.
김 부총리는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부작용 가능성 등을 거론하면서 장하성 정책실장 등 다른 참석자들과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청와대는 '경제 문제에 관한 정부 내 논의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도하기로 했다'고 한때 브리핑하면서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논란에 불을 지폈다가 진화에 나섰다.
이달 들어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을 두고 국책연구원인 한국노동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 간에 엇갈린 연구결과가 나와 논란은 더욱 커졌다.
컨트롤타워 논란은 7일 김 부총리가 주재한 소득격차 악화 해결을 위한 범부처 대책 마련 간담회에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과 김수현 사회수석비서관이 참석하면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김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 달성에 관해서는 취임 전부터 신중한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그는 후보자 시절인 작년 6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최저임금 공약 이행 의지를 묻자 "(실행) 해야 할 필요성과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 (문제를) 균형 있게 보면서 검토하겠다"며 "해마다 15.7%씩 올려야 하는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문제가 있어서 같이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작년 9월에는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 질의에서는 인상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다만 속도와 정도는 내년 이후 상황을 보면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10월 국정감사에서는 "내년 시행 여부를 보고 (1만원 달성 여부를) 신축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속도조절론' 논란이 된 최근 발언과 크게 결이 다르지 않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감소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커졌다.
◇ 경제전문가 "김동연 목소리 내야…혁신성장에 힘쓰라"
전문가들은 김 부총리가 경제정책의 방향 자체는 잘 제시했으며 한국 경제의 주요 지표 개선에도 기여했다고 밝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작년 성장률이 3.1%로 올랐고 올해도 혁신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5%대를 유지했다. 성장률을 높이고 대외 건전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김 부총리의 지난 1년을 평가했다.
진보 성향의 학자나 정치인이 중심이 된 경제팀 내에서 김 부총리가 나름대로 균형추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요즘 최저임금 논쟁 등에서 소신을 지키는 것을 보니까 그 정도면 잘한 것"이라며 경제정책의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소신을 지키되 정부 내 논쟁 과정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키울 필요는 없다고 제언했다.
반면 경제 사령탑으로서 목소리가 작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의 영향을 둘러싼 논쟁 과정에서 불거진 이른바 컨트롤타워 논란과 관련해 "김 부총리 자신의 문제라기보다 공약에 대한 정부의 집착 때문에 그의 위상에 맞는 룸(공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못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며 현 정부의 인적 구조 문제와 연결지었다.
앞으로는 김 부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김 부총리가 정말 컨트롤타워라면 대통령이 귀를 김 부총리에게 줘야 한다"며 "김 부총리는 이제는 할 만큼 했고 (직에서) 나가도 좋다는 자세로 할 말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정책이 소득주도 성장에 매몰되는 것을 막고 혁신성장이 속도를 내도록 해야 김 부총리가 제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서비스 산업 성장이 지체되고 수출 경쟁력이 빠르게 떨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공급 측면에서는 혁신성장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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