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 "안 보이는 곳에서 준비하고 있다" 자신감 표출
(레오강=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한 사람을 속이려고 작정할 때 '이것이 속임수요'라고 중도에 고백하는 법은 없다.
고수는 끝까지 자기 생각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은 7일(한국시간) 볼리비아전을 마친 뒤 손흥민(토트넘) 대신 김신욱(전북)을 선발 투입한 이유를 "트릭(속임수)이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속임수를 스스로 속임수라 공개한 것이다.
더 나아가 김신욱을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에서 주전으로 기용하지 않겠다는 힌트까지 내비쳤다.
일각에선 신태용 감독이 자신의 전술을 속임수라고 고백한 점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물론 신태용 감독의 '트릭 발언'은 상대 팀에 혼란을 주기 위해 한 번 더 비튼 발언일 가능성도 있다.
여러 가지 전술을 늘어놓은 뒤 곳곳에 '이건 속임수'라고 표시를 하면 상대로선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은 모든 수를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상대 팀에 혼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신 감독은 볼리비아전에서 선수들에게 임시 등번호를 달게 하기도 했다.
세네갈과 마지막 평가전은 이례적으로 비공개로 진행한다.
신태용 감독의 속임수는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현재까진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짙다.
신 감독은 대표팀 전력을 숨기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포기했다.
전력으로 평가전을 치르지 않아 국민의 비난을 자초했고, 선수들은 경기에서 이기지 못해 자신감을 얻지 못한 채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평가전에서 못 이기다보니 선수들의 사기도 떨어진 게 사실이다.
볼리비아전 종료 직전엔 정우영(빗셀 고베)과 손흥민(토트넘)이 언쟁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돼 불화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오해"라고 밝혔지만, 팀 내 분위기는 미묘해질 수밖에 없다.
상대 팀들이 신태용 감독의 '속임수'에 관심이 없는 것도 문제다.
볼리비아전은 독일에서 차량으로 30분 거리에 있는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열렸지만, 이날 경기장을 찾은 독일 관계자와 취재진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비행기를 타고 3시간 정도 걸리는 스웨덴에서도 오지 않았다.
물론 상대 팀들은 중계방송과 분석 영상을 보고 한국대표팀의 전력을 분석할 가능성이 크긴 하다.
어찌 됐든 상당한 손해를 감수하면서 속이기와 감추기에 열중하고 있는 축구대표팀은 볼리비아전을 마지막으로 모든 '속임 과정'을 마쳤다.
이제 팀을 재정비해 세네갈전을 비공개 리허설 무대로 치른 뒤 러시아에 입성한다.
신태용 감독은 자신의 작전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언론에 노출되지 않는 시간에 꼼꼼히 준비하고 있다"며 "이제까지 차근차근 준비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축구팬들은 신태용 감독의 '트릭'이 그의 말처럼 신의 한 수가 되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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