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몸 무거운 태극전사…'스웨덴전 100% 체력' 목표

입력 2018-06-08 10:22  

[월드컵] 몸 무거운 태극전사…'스웨덴전 100% 체력' 목표
최용수 "한·일 월드컵 때도 비슷한 과정 반복…믿고 응원할 때"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을 일주 앞두고 태극전사들의 몸 상태가 무겁기만 하다. 5일 치러진 고강도 체력훈련 프로그램의 여파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7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열린 볼리비아와 평가전에서 이렇다 할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득점 없이 비겼다.
4-4-2 전술을 가동한 대표팀은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상대할 스웨덴과 멕시코에 대비해 '선수비-후역습' 작전으로 나섰지만 '역습'에 필요한 스피드는 물론 정교함까지 떨어져 보는 팬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그나마 수확은 똑같은 '선수비 후역습' 작전으로 나선 볼리비아에 실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 감독은 지난 5일 오스트리아에 도착한 이후 두 번째 치른 훈련에서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리는 '파워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고강도 체력훈련에 이어 '공포의 삑삑이'로 불리는 셔틀런 훈련까지 2시간 동안 진행된 훈련을 마친 선수들은 말 그대로 '파김치'가 됐다.
국내 전지훈련 때는 국내파와 해외파 선수들의 체력 불균형 때문에 체력훈련의 강도를 높이지 못했지만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이 시작되면서 선수들의 체력을 균등하게 맞춰야 하는 만큼 신 감독은 파워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파워 프로그램'은 국내 팬들에게도 낯익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밑바탕이 됐던 태극전사들의 강인한 체력이 바로 파워 프로그램의 덕분이었다.
2002년 당시 히딩크호의 '저승사자'로 불렸던 라이몬트 베르헤이옌 피지컬 코치는 그동안 한국 선수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체력훈련으로 선수들의 공포 대상이 됐다.
베르헤이옌 코치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도 허정무호에 합류해 파워 프로그램을 가동, 한국의 역대 첫 원정 월드컵 16강 달성에 힘을 보탰다.
파워 프로그램은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리는 차원도 있지만 지친 선수들의 회복 속도를 빠르게 하는 효과도 크다.
무엇보다 파워 프로그램은 철저한 계산 속에 펼쳐진다. 지난 5일 파워 프로그램을 가동한 신 감독은 오는 9일 두 번째 파워 프로그램을 예고했다.
지금 대로라면 11일 예정된 세네갈과의 비공개 평가전 역시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 감독의 목표는 결국 18일 치러지는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선수들이 100%의 컨디션과 체력을 보여주도록 하는 것이다.
본선 첫 경기를 열흘 정도 앞둔 상황에서 지금 컨디션이 절정에 이르면 결국 컨디션은 하강 곡선을 그리게 된다.
이 때문에 선수들의 체력과 몸 상태를 최저점으로 만들고 나서 적당한 훈련과 휴식을 병행하며 상승 사이클로 만드는 게 신 감독의 복안으로 풀이된다.



볼리비아전을 지켜본 최용수 전 FC서울 감독은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볼리비아전에서 선수들의 몸이 무거웠던 것은 파워 프로그램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파워 프로그램 가동은 신 감독이 코칭스태프와 긴밀하게 협의를 해서 내린 결론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태극전사로 직접 파워 프로그램을 경험한 최 감독은 "신 감독의 목표는 스웨덴전에서 선수들의 몸 상태를 100%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경험이 풍부한 수석코치도 있는 만큼 충분하게 협의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감독은 다만 볼리비아전 경기 내용에 대해선 아쉬움을 이야기했다.
그는 "스웨덴 역시 선수비 후역습을 주로 쓰는 데 볼리비아도 비슷하게 나왔지만 우리 선수들이 역습 상황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라며 "몸이 무거운 것도 있었겠지만, 상대 수비가 내려섰을 때는 우리 선수들이 적극적인 중거리 슈팅이나 개인기로 골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도 평가전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와 팬들을 걱정하게 했다. 아직 과정인 만큼 대표팀을 믿고 응원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horn9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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