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대표 사진가 평가…2차대전·베트남전도 종군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한국전쟁의 참상을 생생히 담은 사진으로 유명한 미국 사진작가 데이비드 던컨이 7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타계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향년 102세.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진작가로 평가받은 그는 1916년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태어났다. 던컨은 유년 시절부터 사진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대학에 진학해 고고학, 동물학, 스페인어 등을 공부했지만 일본이 진주만을 공습한 이후 해병대 장교로 자원, 참전하면서 본격적으로 종군 사진작가로서 활동을 펼쳐 나갔다.
그는 미군이 태평양에서 일본군을 격퇴하며 솔로몬 제도와 오키나와를 점령해나가는 과정 등을 카메라에 담았다.
두 차례의 핵폭탄 공격을 당하고 나서 일본이 1945년 미군 함정 미주리호에서 항복 문서에 조인하는 역사적인 장면이 담긴 사진도 그의 손으로 촬영됐다.
한국전쟁을 거치며 그는 세계적인 종군 사진작가로 명성을 얻게 된다.
2차 세계대전 후 전역해 사진 잡지 '라이프'에서 활동하던 던컨은 1950년 6월 일본에 머무르던 중 북한군이 38선을 넘어 기습 남침을 해 전쟁이 벌어졌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는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날아가 전쟁 발발 3일 후인 6월 28일 수원에 도착했다.
던컨의 작품은 참전 군인을 영웅화하는 선전 도구로서의 기존 사진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생사가 넘나드는 고통 속에 놓인 장병들의 모습을 담담한 앵글로 포착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낙동강 전선 사수 작전을 펼치던 한 미군 해병대원이 탄약이 떨어진 사실을 알고는 무력감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 장진호 전투 때 지친 미군 병사들이 무표정한 표정으로 식사하는 모습, 아군 시신이 담긴 트럭 옆을 무표정하게 지나가는 행렬 등을 담은 사진은 세월을 뛰어넘어 당시 장병들이 처한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던컨은 지난 1951년에 한 인터뷰에서 "내 목표는 마치 보병대원, 해병대원, 파일럿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것처럼 가능한 한 피사체에 가까이 다가가 셔터를 누르는 것이었다"며 "독자들에게 교전 중인 이들이 겪는 불안, 고통, 긴장, 이완을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1951년 한국전쟁 사진을 담은 '이것은 전쟁이다'(This is War!)라는 제목의 사진집을 출간해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의 유명 사진작가 에드워드 스타이켄은 "일찍이 출간된 적이 없는 가장 위대한 전쟁 사진 책"이라고 호평했다.
한국전쟁 이후 던컨은 베트남전에도 종군하면서 전장의 참상을 그려내는 사진작가로서의 명성을 더욱 다지게 됐다.
던컨의 작품 세계는 전쟁 외에 국가 간 분쟁, 미국 정치, 예술가의 사생활, 자연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특히 그는 입체파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와 친분을 쌓아 그의 사생활을 기록한 '파블로 피카소의 사적 세상'(1958년) 등의 사진집을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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