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점수 좌우하는 논술 시험서 '시진핑 신시대' 등 주제로 제시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올해 975만 명이 치르는 중국 대입시험 '가오카오'(高考) 논술(작문) 시험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어록이 곳곳에 등장해 그의 절대 권력을 실감케 했다.
논술 시험은 가오카오 국어 과목 점수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점수 비중이 높다. 이에 매년 논술 시험에서 제시되는 주제는 중국 사회에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8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올해 논술 시험의 가장 큰 특징은 전국 공통과 지역 자체 출제시험을 막론하고 모두 시 주석이 제시한 이론이나 구호, 개념 등이 시험 주제로 곳곳에 등장했다는 점이다.
가오카오는 한국과 달리 전국 공통과 지역 자체 출제시험지 중 하나를 선택한다. 올해는 베이징(北京)·톈진(天津)·상하이(上海)·저장(浙江)·장쑤(江蘇) 등 5개 지역이 자체 출제하고, 나머지 성들은 공통 시험지를 택했다.
전국 공통 1 유형 논술주제는 '2000년 새 천 년 진입,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최, 2013년 빈곤 퇴치 시작, 2020년 샤오캉 사회 전면 건설, 2035년 사회주의 현대화 기본 실현' 등 세대별 기회와 사명을 논하는 내용이었다.
이 가운데 빈곤 퇴치는 시 주석이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한 내용이다.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와 사회주의 현대화 실현도 시 주석이 제시한 국가 목표이다.
공통 3유형 논술은 선전 시의 1981년 표어인 '시간은 돈이며 효율이 생명', 2005년 저장 성 표어인 '녹수청산이 금산은산', 2017년 슝안신구 표어 '우리 시대의 대장정을 완주하자'를 비교해 글을 짓도록 했다.
이 가운데 '푸른 산과 강물이 바로 금과 은으로 만든 산'이라는 뜻의 '녹수청산이 금산은산'은 시 주석이 2005년 제시한 표어이다. 슝안신구는 시 주석이 야심 차게 건설하는 국가 특구이다.
베이징 시도 논술주제로 '생태문명 건설 속의 녹수청산'과 '신시대 청년이 어떻게 조국발전 속에서 성장할 것인가' 중 하나를 택하도록 했다.
여기서 말하는 신시대는 시 주석이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제시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말한다.
저장 성은 '현실에 근거해 일을 처리하고, 앞장서서 행동하며, 용감하게 추세를 이끌자'라는 글을 논술주제로 제시했다. 이는 2006년 시 주석이 저장 성 당 서기로 재직할 당시 신문에 기고한 글이다.
톈진 시가 제시한 논술주제에서는 '국가의 보물'(國之重器)이라는 글귀가 제시됐는데, 이는 시 주석이 지난 4월 회의 석상에서 말한 '핵심기술은 국가의 보물'이 출처이다.
올해 가오카오 응시생은 975만 명으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새 천 년을 맞아 출산 붐이 일었던 2000년 출생한 '밀레니엄 세대'가 올해 시험을 치렀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오카오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재수, 삼수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이나 배우 탕웨이 등 많은 유명인이 삼수했다"고 전했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가오카오 응시생 940만 명 중 148만 명이 재수생이었다. 중국 고등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2007년 23%에서 2016년 42.7%로 높아졌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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